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삶은 사람 Oct 23. 2023

아이와 보내는 하루는 길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는 너무나도 가까운 걸.

퇴근하고 오면 아이가 와 있다. 물론 혼자는 아니다.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선생님께서 하교부터 치료기관 이동, 돌봄까지 해주신다.

보통 내 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선생님과 교대한다.


안방에 들르지도 못하고, 바로 교대한다.

그런 날은 가방을 식탁 옆에 내려놓으며 아이를 살펴본다.

어떤 날은 아이가 티비를 보느라 바쁘고,

어떤 날은 아이가 무료한 지 나를 빤히 본다.

'엄마, 뭐 재미난 거 없어?' 하는 눈치다.


직장에서 무엇을 했든, 무슨 일이 있었든지

가방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나는 새롭게 시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보통 아이와 하는 평일 오후 일정이다.

극장 가서 영화 보기

마트 가서 장보기

자전거 타기

공원 걷기(가끔 오리배도 탄다)

동네 걸으면서 가게 들르기(은행, 세탁소, 편의점, 병원 등)

시내버스 타고 시내 가서 구경하기

할 것 챙겨 카페 가기

성당에서 미사 드리기

집에서 같이 요리하기

집에서 공부/운동/만들기/ 배우기

근교로 드라이브하기


아이는 그때 그때 원하는 걸 전자노트에 적거나 알 수 없는 발음으로 계속 얘기한다.

버스든 가게든 잠깐 앉았다가 종종 정신을 잃고 졸았던 적이 제법 많다.

지금도 아이와 한 시간 반 동안 산책을 하고 돌아와 꾸벅꾸벅 졸면서 쓰고 있다.


하루가 참 더디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고, 

퇴근 후 바닥난 체력으로 겨우 해낼 때도 있고,

죄다 나가서 돈 쓰는 것들이니 내심 버겁기도 하다.


그런데 가만 보면 스무 살 아이를 생각해 보면 6년도 채 남지 않았다.


어찌 보면 너무 더디고 

어찌 보면 너무 빠르다.


당장 "오늘은 뭐 하지?"와 "독립된 성인이 되려면 뭐가 필요하지?"를 고민한다.

고민은 쉼이 없고,

되려 조바심만 커지니, 몹시 고단하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 등줄기에 땀이 날 만큼 두려운 생각을 하고 나면,

막상 최악도 그다지 대단하지 않음에 오히려 힘이 난다.


까짓것.

되나 가나 해보자.


오늘이 모여 내일이 될 테고,

그 모여진 내일이 희망을 얘기할 테니.

확 180도 바뀌는 건 없더라도,

희망을 말하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금을 견뎌낼 힘이 될 테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