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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사람 Nov 02. 2023

포경수술이 대수술이 되어야 한다니!

작은 바람에도 송두리째 흔들리는 아이의 삶

아이가 포경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분명히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다.

이삼일이면, 일상생활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고 14년 양육 경험에 의한 확신이다.
아이는 분명 가만히 있지 못할 것이고,
국소 마취를 한다고 해도

가만히 있지 못할 것이다.

수술대 위에 눕혀놓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격렬히 움직일 것이다.

치과 진료 때는 최소 3명이 필요했다.

남편은 상체를 잡고, 나는 하체를 잡고, 간호사분은 머리를 잡았다.
아이는 사약을 받아 든 죄수 역할을 연기하듯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치며 진료를 받았다. 

그런 아이를 평정심을 갖고 웃으며 끝까지 치료해 주신 치과의사 선생님께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했다.

그런데
치과가 제일 힘들 줄 알았는데
포경수술은
그 이상이었다.


병원을 찾아가 의사 선생님과 상담했다.


부분마취아이가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어 어렵고 전신마취를 해야 한단다.

전신마취를 하려면 길게는 이틀을 입원해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단독 1인실이어도 보호자 1명만 들어갈 수 있다. 혼자  다 감당할 수 있을까?


그보다도 수술 이후가 더 걱정이다.

수술 이후에 상처를 손대지 않고 최소 2주를 버텨야 하는데, 1분도 못 버티는 아이가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모기 한 방에도 웬만한 깊은 상처 금갈 정도로 상처를 낸다.

그래서 우리는 넘어졌을 때, 타박상보다 타박상 이후의 깊어질 상처를 걱정했다. 아이를 24시간 지켜보고, 찰나도 허용할 수 없이 막아야 하니,  상처 날 때마다 좌절했다.



그런데 무슨 수로 최소 2주 길게는 한 달 동안, 상처를 만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나와 남편은 일단 2주간 휴가를 내기로 했다. 최소
2주 동안은 남편과 나는 아이 팔 한쪽씩 잡고 아이가 잠시라도 심심하거나 간지럽거나 신경 쓰일 때라도 수술 부위를 만지지 않게 막아야 한다.
제대로 막지 않으면 상처가 깊어질 것이고 깊어진다면,

결과는 상상하기도 싫다.

이렇게 흔히들 겪는 일이 중대한 일이 되었을 때 나와 아이의 처지에 현타가 온다.
13년 만에 해외여행이자 18년 만에 친구들과 2박 3일의 여행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되는 상황이 낯설거나 슬프진 않다.


하지만 아이가 겪어야 수많은 일들이

작은 눈이 굴러 엄청난 눈덩이가 되는 일이 현실인 상황이 서글프다.

서글프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

아이가 언제 불지 모르는 작은 바람에도 송두리째 흔들리게만 두고 볼 수 없다.

단단히 뿌리도 내리게 물과 영양분도 주고, 작은 바람들을 조금씩 마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시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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