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사진을 배우는 시작이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사진 초보'라고 말한다.
나 역시도 사진 초보시절이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사진이란 것을 제대로 찍어야 했던 때는 이라크 파병 시절이었다.
부대에서는 내게 작은 소니 카메라를 손에 쥐여주고 이곳에서 일어나는 행사를 사진으로 찍으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낯선 카메라와의 첫 만남.
나는 사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그냥 닥치는 대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점점 사진을 찍을수록 '사진'이라는 것이 더 궁금해졌고, 전역을 하고 나서도 계속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다.
그렇게 사진에 대한 궁금증과 열망은 점점 커지게 되었고 결국에는인생을 '사진'에 한번 바쳐보고 싶다는 꿈까지 꾸게 되었다.
나는 알 수 없는 사진의 매력에 이끌리어 사진을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우연히 서점에서 <광고천재 이제석> 이란 책을 보았는데, 한국의 간판장이가 뉴욕으로 유학을 가서 세계 최고가 된 스토리. 나는 너무 큰 매력을 느꼈다. 또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의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이런 사진을 찍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래 나도 기왕 사진을 배우려면 세계 최고들이 있은 곳에 가서 배워보자!"
그렇게 나는 나름 큰 꿈을 가지고 사진으로 유학을 준비했다. 어렵게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며 감사하게도 이제석 씨와 같은 동부의 School of Visual Arts와 서부 최고의 아트스쿨 중 하나인 Art Center College of Design 에 합격하였고 고심끝에 ACCD로유학을 갔다.
구글, 애플, 디즈니, 나이키, BMW 등 세계 최고의 브랜드에서 졸업생들을 마구 데려가는 이 학교는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냉정한 교수들의 평가와 스파르타식의 훈련들.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낙오되고 마는 냉정한 현실에서 나는 거의 1년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까?"
"역시 세계의 벽은 너무 높은 걸까.."
날고 기는 친구들의 작업들과 방향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많이 위축이 되면서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도 그냥 돌아가자니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내 작업이라도 하나 만들어서 돌아가자라는 생각으로 유학이 절반 남은 때부터는 어려운 학과 경쟁보다 내 작업에 좀 더 집중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정신없는 과제와 상업촬영으로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어느 날 스스로에 물었다.
"너는 어떤 사진을 찍고 싶어서 유학을 결심했냐?"
"너 원래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스토리 작가가 되고 싶었잖아"
"그냥 너가 찍고 싶은 걸 찍어!"
그렇게 나는 사진을 배워 언젠간 해보고 싶었던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유학 중에 열심히 다양한 프로젝트를 리서치해보고 여러 나라에 가보기도 했지만 막상 내가 담고 싶은 프로젝트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국에서 만난 사업가 부부를 통해 '아이티'란 나라의 '시티솔레(City Soleil)'이란 마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U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중에 하나인 이곳에서 그 사업가 부부는 오랫동안 고아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나는 그곳에 함께 가게 되고 그 땅에 도착하자마자 필연적으로 이곳에 내가 사진으로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곳임을 직감했다.
갱들의 총질이 난무하고 수많은 아이들이 길거리에 방치되고, 온 마을을 쓰레기가 뒤덮인 이 도시는 말 그대로 전쟁터 같았다. 최근에 대통령이 암살되고 갱들의 전쟁은 더욱 심해져 UN 평화유지군도 4년 전 이 지역에서 철수하고 이 도시는 모든 사람들이 가기 꺼려하는 위험한 도시가 되어버렸다. 누구도 보살피지 않는 버려진 도시가 된 이곳에서 나는 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아이들을 만나며, 나는 우연히 이곳에서 지난 10년 동안 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있는 한 명의 한국인을 만났고 그와 함께 이 도시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4년 동안 나는 틈틈이 마을의 스토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절망의 땅에서 작은 희망을 보고 싶어 이곳에서 일어나는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Urim Hong,
Editorial Photographer of the Year"
그렇게 나는 2018년, 세계 최대 사진공모전인
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s에서
'올해의 에디토리얼 작가'로 선정이 되었고, 세계의 모든 스토리 작가 중에 최고의 작가로서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카네기 홀에 서게 되었다.
말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기적이었다.
처음엔 우연이겠지라고 생각했던 일이 그 후로 세월이 흘러 지금은 세계적 권위의 국제공모전에서 6번의 대상 수상과 그 외에도 크고 작은 50개가 넘는 상을 받는 작가가 되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았을 때 내가 배운 것은 한 가지이다.
바로, "사진으로 말하는 방법"
초보시절 카메라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나는 이제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으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세상에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 참 많다. 국제사회에서부터 정부, 다양한 기업과 소상공인, 개인들의 이야기까지 나는 다양한 현장에서 그들의 전하고 싶은 브랜드 스토리를 사진과 영상으로 말하는 일을 한다. 지금까지 내가 카메라에 담은 스토리를 참 많은 이들이 세상에 전해주었다. 사진 초보에서부터 사진으로 말하는 삶을 살기까지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사진'으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하고 누군가를 돕는 일이다.
이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사진'과 '영상'이라는 미디어가 중심이 되어가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사진'이라는 '언어'를 많이 사용하고 또 삶에 많이 필요로 한다. 예전에는 단순히 취미나 기록용으로 찍던 사진이 이제는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개인의 소통뿐 아니라 비즈니스나 다양한 영역에 이르기까지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배우고 싶어 한다.
그저 사진을 잘 찍고 싶어서가 아니라, 삶에 다양한 현장에서 사진이 필요해서 사진을 배우려고 한다.
나 역시 사진 초보이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렇게 사진이 필요한 사람에게 내가 그동안 고생하며 배웠던 작은 경험들과 지식들을 나누고 싶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나는 두 달 전 나는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에서 'RE.BRAND'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사진과 브랜딩에 대한 작은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말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자기다움의 브랜딩 메시지를 사진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팁들까지 내 경험을 조금씩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인스타그램에 이러한 나의 경험과 지식을 조금씩 공유하자 매주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약 10주 만에 10,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무려 10000배의 성장이었다. 나도 이 놀라운 속도에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만큼 세상에 사진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더 열심히 지식과 정보를 많은 이들에게 공유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댓글과 고민들을 상담해가면서, 사진에 대해 답답함이 많은 이들이 많다는 것을
더 알게 되었고, 그들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고자 이 일들에 좀 더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하고 있는 요즘. 언젠가는 이러한 글들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답답함을 해결하고 싶은
작은 꿈을 꾼다.
15년 전, 처음 카메라를 손에 들었을 때 답답했던 나의 사진 초보시절을 기억하기에
이러한 나의 작은 노력이 누군가가 내가 경험했던 그 어려움과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결한다면
많은 보람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브런치 글들이 쌓여 언젠간 함께 사진으로 브랜딩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이면 참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나의 그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