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없어도, 마음은 바쁘다
가끔은 일이 없어도
마음이 바쁘다.
스케줄이 비어 있는 날이면,
오히려 마음속은 복잡하게 얽혀든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고,
내가 어디에도 불리지 않는 순간이 오히려 낯설다.
세상의 소음이 줄어들면
내 안의 소음이 커진다.
괜찮은 척 익숙한 얼굴을 붙잡고 있다가,
조용한 오후, 문득 거울을 보며 생각한다.
“요즘 나는,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지.”
어느 순간부터
일이 없을 땐 일부러라도 할 일을 만든다.
책상 정리를 다시 하고,
체크리스트를 아무 의미 없이 들여다본다.
그건 바빠지고 싶다기보단,
‘멈춘 나’를 직면하는 게 어색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조금씩 새로운 감각이 올라온다.
조용한 거실에 앉아 있으면
창문 너머 나뭇잎 그림자가
바닥 위로 천천히 흘러간다.
바람이 틈 사이로 스며들고
커피 잔 안의 온기가 손끝에 머문다.
그리고 그때,
“이것도 하루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의미 있는 일을 해야만
의미 있는 하루가 되는 건 아니고,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걸
잊지 않게 되는 시간.
그렇게,
조용한 하루도
결국은 나를 지키는 하루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