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도 괜찮다는 말
무너지는 날은 소리 없이 온다.
예고도 없이, 어떤 특별한 사건도 없이.
그날도 그랬다.
늘 하던 일상이었고,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평소보다 조금 더 조용했다.
그리고 나는 그 조용함 속에서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는 걸 느꼈다.
대화를 피했고, 연락을 미뤘고,
화면 속 문자창 앞에서
아무 말도 쓰지 못한 채 오래 머물렀다.
그저 무표정으로 앉아 있는 나.
정말 괜찮은 줄 알았는데,
사실 그건 괜찮은 척이었던 날이었다.
그날 밤,
습관처럼 커피를 내리다 말고 창가에 기대어 섰다.
바람이 스쳤고,
문득 목 안쪽이 묵직해졌다.
눈물이 났다.
소리 없이, 이유 없이, 그냥.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그제야 흘러나왔다.
그게 무너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눈물은 두려움이 아니라 안도였다.
감정을 감추지 않아도 된다는 걸,
스스로에게 허락한 처음의 순간이었으니까.
잠시 후,
나는 커피 잔을 들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 조용한 자리에 이렇게 말해줬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래도 참 잘했다.”
그 말이 위로가 됐다.
누군가 해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 순간만큼은
나 자신이 내 편이 되어준 밤이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다시
천천히 나를 붙잡기 시작했다.
무너지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니라,
무너져도 괜찮다는 걸 아는 것.
그리고 다시 나를, 조용히 다독여주는 용기.
그게 나를 다시 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