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다른 섬에서

기억은 사진 속에 있었고

by Rebuild HW

며칠 전, PC 안에 방치되어 있던 사진 폴더 하나를 열었다가 멈췄다. 몇 년 전, 한 동안 머물렀던 섬에서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깔끔하게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미지 하나로 기억이 되살아났다. 낮의 햇살과 고요함, 밤의 낯섦과 긴장감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래서 이렇게, 그 열흘을 기록해두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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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은 낮과 밤이 극명하게 달랐다. 낮에는 풍경이 너무 평화로웠다. 바다는 투명했고, 하늘은 깨끗했으며, 거리를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어 마음이 정돈됐다. 차를 타고 섬을 천천히 둘러보면 마치 내가 섬 전체를 혼자 빌려 쓴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도시의 바쁜 공기와는 정반대의 공간. 내가 가본 대한민국 안의 모든 장소 중 손에 꼽을 만한 자연이었고, 그 공간에 있던 시간들은 내 마음까지 가볍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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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밤은 그 반대였다. 해가 지고 나면 바람이 강해졌고, 파도 소리는 높아졌으며, 도로는 봉쇄되었다. 특히 늦은 밤에는 마을을 벗어나는 것조차 금지됐고, 돌아다니는 건 불가능했다. 낙석이 자주 발생하고 파도가 도로까지 덮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날 아침에는, 도로 옆에 세워져 있던 낯선 차량이 밤새 낙석에 맞았는지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 있었고, 차체도 심하게 파손돼 있었다.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밤의 섬은, 그 자체로 경고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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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여행이라기보다는, 내 마음의 흐름과도 닮아 있었다. 낮에는 괜찮다고 느꼈던 감정들이 밤이 되면 어쩐지 흔들렸다. 조용한 환경 속에서 잊고 지냈던 생각들이 다시 떠올랐고, 마음 한구석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곳의 낮과 밤이 너무도 다르게 느껴졌던 것처럼, 내 안에도 늘 두 얼굴이 공존하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인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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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떠날 땐 아쉽지도 않았고, 후련하지도 않았다.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조용히 궁금해졌다. 앞으로 나에게는 어떤 낮과 어떤 밤이 찾아올까. 그건 알 수 없지만, 그 섬에서의 열흘 덕분에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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