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체제안전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폭군은 달랠 수 있어도, 그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종석, 정동영, 위성락 등의 기용, 대화와 협력의 반복적인 강조, 과거 시장과 도지사 때부터 이어온 대북 관심을 보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남북관계 개선의 핵심이 결국 ‘김정은이 요구하는 체제안전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볼 때 저는 매우 비관적입니다. 폭군을 달랠 수는 있어도, 그가 느끼는 근본적인 두려움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저는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X를 통해 워싱턴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이자 6자회담 특사였던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국(DNI)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과 의견을 나눴습니다.


저는 먼저, 지난 6월 27일 한국 경찰이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려던 미국인 6명을 구금한 사건, 그리고 통일부가 대북 전단 살포 차단을 새 정부의 주요 성과로 발표한 점에 대해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 생존하기 때문에 외부정보야 말로 김씨 정권의 아킬레스건” , 그런데도 새 정부는 북한 정권을 자극하면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며 객관적 외부정보 유입마저 “백해무익”하다고 비판한 점, 억압받는 북한 주민들을 옹호할 친구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일러 전 담당관은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 2018년 3월, 김정은은 한국의 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한 체제의 안전과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핵무기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을 향해 적대적 의도, 정권 교체 의도, 흡수통일 의도가 없음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놓치고 있는 핵심은, 자유롭고 번영하는 한국이 북한에 주는 이념적, 소프트파워적 위협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평양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달래는 방식으로 일부 완화는 가능하겠지만, 김정은이 제시한 기준(체제가 안전하면 핵이 불필요하다)을 충족시킬 수도, 시도했다고 해서 정치적 점수를 얻을 수도 없다.”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방북 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고 전했었습니다)


저는 사일러 전 담당관에게 “전적으로 동의한다. 폭군을 달랠 수는 있지만, 결코 그를 안심시킬 수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악인은 쫓아오는 자가 없어도 도망하나, 의인은 사자같이 담대하다”는 잠언 28:1절을 인용하며 “독재자는 진리가 존재하는 한 늘 두려움 속에 살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사일러 전 담당관의 전임자였던 마커스 갈라스커스 전 NIC 북한담당관도 제 의견에 “좋아요”로 동의의 뜻을 표했습니다.


한반도 안정을 위해서 남북 대화와 소통을 추진하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3대 세습과 신정 통치, 강제 집단 수용소(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는 김정은을 완전히 안심시킬 해법은 없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화와 협력을 추진하면서도,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재임 당시 강조했던 메시지도 항상 염두에 두면 좋겠습니다. 결국 북한의 진정한 변화는 외부가 아닌 북한 주민 스스로 주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훌륭한 무기인 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있는 점이 다소 마음에 걸립니다. 정보야말로 북한 정권이 매우 우려하는 것입니다…. 정보 유입은 우리가 아직 활용하지 않고 있는 큰 취약점입니다”

What does bother me a bit is that we don’t capitalize on our great weapon, which is information. And that’s something they worry about a lot…so that is a great vulnerability that I don’t think we have exploited. - 제임스 클래퍼 전 DNI 국장, 2016년 미국외교협회(CFR)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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