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아래에서 다져야 할 동맹, 한국의 아쉬운 외교

소프트 외교, 작은 메시지가 만들어내는 신뢰 (7월 4일 작성)

며칠 전인 7월 4일, 미국은 249번째 독립기념일을 맞이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이 날은 단순한 공휴일이 아니라, ‘자유가 태어난 날(Freedom born)’로 불리는 특별한 날입니다. 그 의미와 상징성은 오래되었지만, 결코 퇴색되지 않았죠.


그날, 나토·프랑스·영국·일본 같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은 일제히 X 등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미국 독립기념일을 상징하는 다양한 포스터도 제작했더군요. 이스라엘은 국방부와 공군 등 주요 정부기관 계정마다 따로 메시지를 올리며, 동맹의 우정을 재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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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외교장관도 축하 글을 올렸습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날이니 단순 비교는 어려울지 몰라도, 일본이 한국 광복절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격이라 할 수 있겠죠. 워싱턴의 일본 대사는 직원들과 함께 축하 동영상을 제작해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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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유독 조용했던 동맹국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워싱턴 D.C. 현지 시간이 저녁을 훌쩍 넘기도록 한국 정부나 주미 한국 대사관에서는 이렇다 할 메시지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국방부처럼 아예 영문 SNS 계정조차 없는 부처도 있더군요.


‘이게 뭐 대수로운 일인가?’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어진 한미 정상 통화 지연, G7 정상회담 불발, 루비오 장관 방한 취소 등 민감한 외교 흐름을 감안하면, 이런 침묵은 사소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워싱턴에서 '대한민국'의 존재감은 과거 어느 때보다 낮은 게 현실입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때때로 “한국은 위기 때만 동맹을 찾는다.”는 말이 회자됩니다. 지나치다 싶지만, 그런 인상을 주게 되는 장면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동맹이나 파트너들이 미국 대통령을 특별히 좋아해서 축하 메시지를 보낸 건 아니겠지요. 그들 역시 자국의 국익과 외교 전략, ‘윈윈’을 고려한 세련된 제스처를 택한 것일 겁니다.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서울에도 이제는 좀 더 세련되고 능동적인 외교가 시급해 보입니다.

특히 국방·외교를 책임지는 주요 부처라면, 적어도 영어 SNS 계정 한두 개쯤은 만들어 이런 동맹에 중요한 날에 적극적인 소프트 외교를 펼쳐야 하지 않을까요?


“The best time to fix the roof is when the sun is shining.”
지붕을 고치기 가장 좋은 때는 해가 비칠 때다.

-존 F. 케네디 (John F. Kennedy)-


동맹은 위기가 닥쳤을 때 급히 찾는 것이 아니라, 평화롭고 햇살 가득한 날부터 차근차근 다져야 합니다. 서울의 외교가 지금 그 햇살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날 밤 확인 결과 한국 대사관은 사진 없이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X에 짧게 올렸습니다. 시간은 오전이었지만, 여러 번 확인 결과 당시에 없었던 것으로 보아서 저녁에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관계가 평소같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관들이 새 정부를 의식해 몸을 사린 걸까요? 아니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냉대에 대해 대통령실이 감정적으로 반응한 걸까요? 예단하지 말고 늦게라도 더 친밀한 소프트 외교가 진행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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