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나라’ Vs. 정착민의 나라
미 보수 청년 운동가 찰리 커크의 암살, 그의 죽음을 조롱한 공무원들과 외국인들에 대한 미 고위 관리들의 강력한 경고, 최근 한국인들이 분노했던 조지아주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사태는 모두 미국의 ‘정체성’ 전쟁과 직결돼 있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이민자의 나라’가 아니라 ‘정착민의 나라’임을 확고히 하겠다는 거죠.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면 미국 상황을 그저 “자기 땅에 발 붙이고 세계를 보라”는 김정일식 편견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 이민자가 급증하는 대한민국도 머지않아 이 사안이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기에, 그저 남의 나라 얘기로 외면할 사안이 아닙니다.
‘정체성’ 전쟁 개시 이유
우리는 미국이 다양한 이민자들의 융합으로 탄생했다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책 '이민자 국가(Nation of Immigrants)' 서사에 익숙합니다. 과거 멜팅팟을 거쳐 모자이크처럼 각 이민 집단의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조화로운 사회를 구축해 왔다는 정체성이지요. 이는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처럼 기회와 포용의 상징으로 해석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트럼프 1기 전후부터 이에 반기를 드는 ‘정착민의 나라’ 슬로건이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셀 커크(Russell Kirk),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 등이 주창한 ‘정착민의 나라’ 이론은 청교도 등 초기 정착민들이 세운 헌법, 공화주의 제도, 법치, 개인의 자유가 오늘날 미국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서사를 강조합니다. 다시 말해 미국의 근본 정체성은 다양한 이민자보다 초기에 이 나라를 세운 정착민들의 가치와 질서에 있다는 거죠.
MAGA 등 ‘정착민의 나라’ 옹호자들은 ‘이민자의 나라’ 담론이 진보 이념을 확산시켜 미국의 건국 가치 기반을 흔들고, 수많은 사회 문제를 양산했다고 봅니다. 내부적으로는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정책을 통해 LGBTQ+·인종·성별 기준으로 채용과 승진 제도를 정착시키면서 반대 의견은 ‘차별’로 몰아붙이는 행태를 문제 삼습니다. 또 실력보다는 성 정체성 등으로 채용됐으면서도 직장에서 무슨 개선장군처럼 군림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만도 그 표면적 사례지요. (트럼프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들을 손쉽게 해고하는 ‘Schedule Policy/Career’로 대응했죠.)
아울러 불법 이민자와 난민이 무분별하게 대량 유입되면서 미국의 성경적, 도덕적 가치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의 공립학교에선 오래전 기도를 없앴고, LGBTQ 권리를 법적으로 완전히 보장해 반론조차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을 예로 듭니다. 유럽처럼 불법 이민자들 사이에서 마약 등 극단 범죄가 증가해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특히 대부분 빈곤층인 불법 이민자들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등 치안과 복지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도 제기합니다. 이런 걱정은 일부 진보 진영에서도 나오고 있죠.
나아가 잦은 총기 사고 등 고질적인 치안 부재는 ‘총기 규제’를 못해서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이 희석됐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주장합니다. 지나친 다문화주의와 혼합주의가 국가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혼란을 부추긴다는 논리입니다. 찰리 커크가 이달 초 서울 강연에서 한·일의 안전한 치안, 공공장소에 물건을 놔둬도 도난당하지 않는 이유가 총기 규제보다는 두 나라가 ‘고신뢰 사회’, ‘국가 정체성’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여기에는 지난주 런던 대규모 시위에서 봤듯이 이민자들의 빈곤·범죄 문제가 큰 화두로 떠오른 서유럽 국가들의 현실도 반영됐다는 평가입니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초점은 포용과 기회를 부여하기 전에 미국의 건국 질서와 가치에 먼저 ‘동화’돼야 한다는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국경 통제, 불법 이민자 체포와 추방, 비자 제도 개편, 난민 수용 재검토, 시민권 취득 경로 조정, 공립학교 교육 개혁 등은 모두 이러한 기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 5월, 미국 비자는 “권리가 아닌 (혜택을 준) 특권”이라며 우리 법을 위반한 자는 적발 즉시 비자 지위를 취소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나아가 크리스토퍼 랜다우 부장관은 커크 암살을 미화하는 외국인은 사실상 미국 입국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죠. 국방부(전쟁부)는 커크 암살을 축하하거나 조롱한 직원들을 색출해 징계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죠.
민주당과 리버럴 학계 반응: 이들은 ‘정착민의 나라’ 접근이 배타적 우월주의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또 정착 당시 식민 구조와 폭력에 기반한 것, 인종주의적 배제 또는 이민 억제 논리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반박합니다. 다양성과 포용은 미국의 정체성 그 자체로, 이를 약화시키면 국가 경쟁력이 오히려 저하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민자들은 애초에 미국 사회 구성의 필수이며, 이들이 국가에 공헌한 바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나아가 미국이 직면한 문제는 정체성 논쟁이 아닌 총기 규제, 법 집행의 공정성 등 포괄적 접근으로 풀어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정착민의 나라’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면서, 불법 이민뿐 아니라 난민 입국에 대해서도 매우 보수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미 국무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난민 입국 통계를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난민과 불법 이민자는 엄연히 다른데도 한국 일부 언론에선 이를 혼용하는 경우를 봅니다.)
오늘(15일) 트럼프의 책사이자 ‘정착민의 나라’ 정책의 공동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 겸 국토안보 보좌관은 좌파 폭력 집단에 대해 “정부 전반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식별, 방해, 해체, 파괴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이에 민주당 등 야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수정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 증거가 불충분한데도 좌파 폭력 운동가나 집단으로 낙인 찍어 반대파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3편에서 계속
덧: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 100명 중 5명이 외국인입니다. 오늘 서울발 보도를 보면 지난해 서울시 전체 결혼의 10%에 달하는 4006건이 국제결혼입니다. 대한민국은 이 논쟁에서 자유로울까요?
개인은 나그네에 대해 환대와 사랑을 실천하고, 국가는 정의와 질서를 세우되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성경적 원리라면, 여러분은 어떤 입장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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