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죽는 데 드는 돈, 계산해본 적 있는가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 드는 돈은 다들 계산한다. 죽는 데 드는 돈은 아무도 계산하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그 계산을 해줬다.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자기 동네에서 죽는 데 얼마가 드는지 알려주는 기사다. 미국에서 죽는 평균 비용은 19만 5천 501달러. 한화로 약 2억 6천만 원.
내가 사는 버지니아 페어팩스(Fairfax) 카운티의 우편번호를 넣어봤다. 23만 945달러. 약 3억 원. 평균보다도 높았다.
3억이면 서울 외곽에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이다. 그 돈이 한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에서 사라진다.
그러면 한국은 어떤가. 더 쌀까 비쌀까. 답은 단순하지 않다. 어떤 항목은 미국의 13분의 1, 어떤 항목은 오히려 미국보다 비싸다.
노인 돌봄, 장례, 상속세. 세 가지를 나란히 비교해 봤다.
노인 돌봄: 가장 큰 차이는 이것
미국에서 죽음 비용의 대부분은 장기 돌봄(long-term care)이다.
요양원 반개인실 1년에 11만 4,975달러(약 1억 5천만 원). 집에서 간병인을 쓰면 연 7만 2,800달러(약 9,700만 원). 65세 이상 미국인 열 명 중 일곱이 장기 돌봄을 필요로 하고, 평균 3년이 걸린다. 3년이면 18만 7,775달러(약 2억 5천만 원).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나온 3억이라는 숫자의 대부분이 바로 이 항목이다.
문제는 이 돈을 누가 내느냐다.
메디케어(Medicare, 미국의 65세 이상 의료보험)는 장기 돌봄을 보장하지 않는다. 많은 미국인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은퇴한다. 은퇴하면 메디케어가 다 해주겠거니 생각한다. 아니다. 메디케어는 병원비를 내주지, 요양원비를 내주지 않는다.
저소득층은 메디케이드(Medicaid)가 요양원 비용을 지원하지만, 그 자격을 얻으려면 재산이 거의 없어야 한다. 평생 공들여 산 집과 저축을 거의 다 쓰고 나서야 정부 지원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가장 취약한 건 중산층이다. 메디케이드를 받기에는 재산이 많고, 자비로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 양쪽 어디에도 끼지 못한다. Fairfax 카운티에 사는 한인 대부분이 이 구간에 해당될 것이다.
한국은 구조가 다르다.
2008년에 도입된 노인 장기요양보험이 있다. 65세 이상이거나 치매·뇌졸중 같은 노인성 질환이 있으면 등급 판정(1~5등급)을 받아 요양원이든 재가 서비스든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의 80%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고 본인은 20%만 낸다. 기초생활수급자는 0원이다.
2026년 기준 한국 요양원의 월 본인부담금은 식비 포함 약 90만~100만 원.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100만~1,200만 원.
미국의 1억 5천만 원과 한국의 1,200만 원을 비교하면 13배 차이다.
물론 한국 제도에도 빈틈은 있다. 등급을 못 받으면 혜택이 없고, 좋은 시설은 대기가 길고, 비급여 항목, 말하자면 간식비, 상급 병실, 이미용비 등은 전액 본인 부담이다. 그래도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결정적 차이다. 미국에는 이런 국가 보험이 없다. 아예 없다.
장례 비용: 한국이 더 비싸다
이건 의외일 수 있다.
미국의 평균 장례 비용은 약 1,030만 원(7,726달러). 매장이 약 1,150만 원(8,590달러), 화장이 약 830만 원(6,250달러). 미국인의 60% 이상이 이제 화장을 선택한다.
한국은 평균 1,500만~2,000만 원이다. 미국보다 비싸다.
3일장 문화, 장례식장 시설 이용료, 음식 접대, 답례품, 묘지 또는 봉안당 비용. 하나하나는 크지 않아도 합치면 금방 올라간다. 상조업체들이 잡는 평균이 약 2,000만 원이다.
한국 장례가 미국보다 비싼 데는 우리 대부분이 알듯이 이유가 분명하다. 조문객이 오고, 밥을 먹고, 부의금을 내고, 관계를 확인한다. 비용 안에 음식값만이 아니라 관계의 값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의 장례는 이에 비하면 조용하다. 가족 중심이고, 간소하고, 끝나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다만 한국의 장례 문화도 최근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화장률이 약 81%로 미국보다 훨씬 높고, 매장은 6%까지 줄었다. 자연장도 늘고 있고, 조문객을 받지 않는 무빈소 장례도 확산 중이다. 장례 비용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건 다행이다.
상속세: 한국이 압도적으로 무겁다
여기서 판이 뒤집힌다.
미국 연방 유산세(estate tax)의 면제 한도는 2026년 기준 개인당 1,500만 달러(약 200억 원)이다. 이 금액 이하의 유산에는 세금이 없다. 미국 인구의 1%도 해당되지 않는다. 사실상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유산세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주(州) 차원의 유산세도 12개 주와 워싱턴 DC에만 있고, 가장 낮은 오리건주도 100만 달러(약 13억 원)부터 시작한다.
한국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상속세 최고 세율 50%,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기초공제 2억 원, 자녀 1인당 5천만 원, 배우자공제 5억~30억 원 등 공제가 있지만, 서울 아파트 한 채만 물려받아도 상속세 대상이 될 수 있다. 2025년 세법 개정으로 10% 세율 구간이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올랐고, 자녀공제를 5억 원으로 늘리는 개편안이 논의됐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숫자를 단순하게 놓아 보면,
미국에서 200억 원 이하의 재산을 물려받으면 연방 세금 0원이다. 한국에서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물려받으면 수천만 원의 세금을 낸다.
한국의 부모들이 "세금 때문에 물려줄 게 없다"고 말하는 걸 들을 때마다, 미국에서 오래 산 사람으로서 그 무게가 매번 다르게 느껴진다.
두 나라, 두 방향
미국은 살아 있는 동안 돈이 빠진다. 요양원에, 간병인에, 보험이 안 되는 돌봄 비용에. 한국은 살아 있는 동안은 국가가 상당 부분을 떠안아 주지만, 죽고 나면 상속세로 걷어 간다.
빠져나가는 방향이 다를 뿐, 부담은 양쪽 다 무겁다.
한미 양쪽의 장례를 모두 경험하면서 느낀 게 있다. 적어도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표정. 통장을 열어봐야 할 때, 계산기를 꺼내야 할 때, 그때의 얼굴은 국적과 상관없이 똑같다는 것.
미국은 살아 있는 동안 쓰고, 한국은 죽은 뒤에 뺏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