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를 보면 남의 말에 꼬투리는 잘 잡으면서 그 주제로 자신만의 생각은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런 점에서 정말 쓸모없는 것이 댓글의 '찌르기'와 '보여주기식 논쟁'이라고 느낀다.
주제에 대한 토론을 명분으로 내세울 뿐, 결국은 " '누가 먼저 대화를 포기하고' 그렇게 상대가 마무리 지을 상황을 내주느냐"에 대한 기싸움에 불과하다. 상대의 발언 포기를 통해서 언쟁을 지켜보는 이들이 얻는 것은 '승&패로 기울어지는 결과'에 따른, 심리적 안정 (혹은, 불안)뿐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좋아요'를 통한 공감대 형성은 도파민을 유발하여 행복을 느끼게 하지만, (지나고 보면) 나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이야기만 여러 번 반복했다'는 점에서 매우 생산적이지 못한 결과이다.
A, B, C, D 4개의 이야기가 가능함에도, 여러 명이서 A만 연속적으로 떠들어 대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A에 대해 논하는 것은 한 번으로도 족하다. 그로 인해 B, C, D를 논하지 못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의 활용도 면에서 '낭비' 그 자체인 셈이다.
"익숙지 않은 상황에 충돌 없이 성장을 꿈꾸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나는 그러한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고, 다른 이들과 충돌하며 나 자신의 견해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갔던 길을 늘 돌아봐야 하고, 그렇게 '자의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곧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견해(혹은 악플)와 충돌하며 불안정 속에 몸을 던진다 한들, 돌아오는 것은 다음과 같았다.
댓글 삭제를 통한 흔적 지우기
이어지는 대화 없이 이루어지는 회피
조롱하고 무시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시도
원활한 토론을 기대를 하기엔 SNS의 댓글 시스템은 '상위 글에 있는 작성자 한 명'을 공격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으로 작용했고, 보는 이들에게 고정관념을 심어주기 좋은 무대에 불과했다.
그렇게 온라인의 토론문화에 대한 기대와 신뢰는 실망으로 변해만 갔다.
체계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의 구축은 논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TV 토론에서 가운데에 진행자 1명 그리고 양쪽 패널 2vs2 구도로 토론을 진행하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다수가 우르르 몰려와서 한 명의 글쓴이를 공격하기 쉬운 SNS와는 매우 다른 환경을 갖춘 셈이다.
하나의 '대주제' 아래에서 시작된 토론은 '소주제'로 세분화되어, 그 범위 내에서 양쪽의 패널이 주고받도록 진행자가 그들의 역할을 수시로 전환한다. 그 외에도 '토론 범위의 제한', '격해지는 상황에 대한 조율'... 등을 통해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하게끔 유도한다.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방송이라는 점에서 어느 한 명이 '발언권을 포기'하는 것은 '지속적인 토론을 지향하는 프로그램'에 있어서 용납되기 힘든 행위로 작용한다.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려는 노력 없이) 다른 이의 작품에 흠집 내기 좋아하는' 악플러들과, 발언권의 포기로 인한 '승리와 패배'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찬 SNS는 토론 문화 형성에 방해가 될 뿐이다.
'새로운 결론'에 이르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SNS의 토론(?)을 구경하는 것은: 여러 명이서 작품을 훼손하며 감정을 뱉어내는 무대를 멀리서 구경하는 것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