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력은 큰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끊어졌다. 이른바 경력단절녀가 된 거다.
끝이 보이지 않는 육아의 긴 터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독박 육아, 아무하고도 소통하지 못하는 고립과 단절,
가까운 가족들은 그래도 엄마인 내가 가장 적격이라며 부적격인 나를 적격자로 무대에 올렸다.
아파트 현관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닫히면 나와 아이는 철저한 고립의 시간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큰 아이 육아는 내 안에 소음과 함께 싸워야 하는 시간이었다.
작년에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개봉되고, 모 광고에도 엄마 경력은 정말 스펙 한 줄 되지 않을까라는 화두가 사회에 던져지며 눌러왔던 엄마들의 감정이 더욱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제까지 모성애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건 줄 만 알았는데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 역시 스스로에게 내린 자괴감의 무게는 매우 컸다.
조바심과 두려움이 마음을 억누를 때는 아이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멈춤
낯섦을 익숙함으로 바꿔놓기 충분한 16년이 훌쩍 지나갔다.
엄마라는 이름표를 처음 달던 그날,
날 선 낯섦에 부대낌은 이젠 일부러 기억하려 하지 않으면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젠장, 고약한 변덕쟁이 같으니라고.
그렇다고 16년이 지난 지금 나를 노련한 살림꾼이라고 말하는 이는 거의 없다.
기다리면 나아질 기미는 있는 건지 혹은 불행히도 해도 안 되는 선천적인 살림 잼뱅인지는 알 수 없다.
거북이었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다
거북이었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고
다시 경기 출발선으로 돌아와 스타트 구령을 기다리는 선수처럼 마음은 두려움과 설렘으로 혼란스럽다.
또 다시 호된 실수의 아픔을 겪지 않으려면 수없이 작정을 하고 연습을 했더라도
한 번에 느린 걸음 한 보만 뗄 수 있는 거북이의 특성을 잊지 말자
내게도 하워드 같은 인생 멘토가 가까이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난 다시 출발선에 선 거북이다.
자네도 이제 곧 알게 되겠지만,
어린아이들은 배우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왜 그런지 아나?
한 번에 하나씩만 집중하거든,
잡념이 하나도 없어.
아이들은 당장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고 그것에만
몰입하기 때문에 결국
차례차례 원하는 걸 얻게 돼.
명심하게.
하나를 선택하면
전부 얻을 수 있지만,
모두를 선택하면
하나도 얻기 힘들다는 걸,
[하워드의 선물] P 143
당신도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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