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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hoice Aug 01. 2023

우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거야

대학원 선배 차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선 어느 날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멀리 나가서 맛있는 거 먹을까? 했더니, 배가 알싸하다며 담백하고 프레시한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차쌤이 이렇게 구체적이고 추상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면 분명 마음 속에 정해둔 것이 있는 겁니다. 도대체 그게 뭐냐고! 하면서 캐물으니, '까이식당'에 가고싶대요. 


까이식당이 뭐야? 하고 물으니 이대 근처의 싱가포르 음식점이래요. 수비드한 촉촉하고 부드러운 닭고기를 밥 위에 올려주는 곳이라고요. 사람들은 이미 많이 아는 맛집인데, 방송에도 나왔는데, 넌 그것도 모르냐! 핀잔을 주더군요. 저는 사실 입이 짧은 편이라 새로운 음식을 많이 시도해 보지 않는 편이랍니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외국 음식들이요. 크게 내키진 않았지만, 그 길로 저도 처음 까이식당에 가 보았습니다.


가게는 딱 열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았어요. 그래서인지 뭔가 동네 맛집 같고 아늑한 맛이 있더라구요. 우리는 9천원짜리 보통 사이즈의 치킨 라이스를 주문하고 조금 기다렸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치킨 라이스가 나왔습니다.


까이식당의 수비드 치킨 라이스


비주얼만 봤을 땐 퍽퍽한 닭가슴살 볶음밥의 식감을 예상했는데요. 한 술 크게 떠서 입 안에 넣어보니 촉촉하고 부드러운 닭고기가 살살 녹더라고요. 정말 맛있었어요. 다음에 가서 또 먹고 싶은 맛, 담백해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맛이었어요. 아, 이렇게 맛있는 걸 내가 여지껏 모르고 살았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이렇게 서로 다르니까, 다른 것을 좋아하고 다른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서로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요즘은 뭐든 나와 비슷한 걸 좋아하잖아요. 알고리즘을 통해 계속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받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너무 큰 품이 드니까 나와 비슷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깊은 관계를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나와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즐기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비로소 내가 모르던 세상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더 만나보고, 그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집니다. 


학창시절 미국 교수님들이 항상 강조하셨던 것들이 있었거든요. 


"Get out of your comfort zone!"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comfort zone에서 나오라는 거예요. 불편하고, 하기 싫은 새로운 것들을 계속 시도하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라고요. Comfort zone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나를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하고, 더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하셨죠. 


여러분도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보여주는 길로 따라가 보는 건 어떨까요. 싫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 보면 완전히 새롭고 재미있는 세상을 발견할 수도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도 글로, 말로, 사진으로.... 제가 보는 세상의 아름다운 조각들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은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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