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부부의 시간
아마 잊지 못할 것이다. 아픔과 기쁨이 함께 공존했던 그 날의 기억!
아기 머리가 크다고 했다. 100프로 난산이라고 했다. 우리 부부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 없이 제왕절개 수술로 결정을 내렸고, 좋은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2018년 9월 11일
그렇게 뱃속의 누렁이(태명)는
세상에 태어났다.
누렁아(태명)
오늘 드디어 네가 세상에 나오는 날이구나
엄마가 너를 가지고 나서 항상 행복했었는데 오늘 드디어 너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엄마가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 건강하게 잘 나오는 것
엄마가 건강하게 널 순산하는 것
오늘 아빠랑 엄마랑 만나자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줘
엄마 아빠가 사랑으로 널 잘 키워줄게
고마워 이따 봐!
차가운 회색 침대, 의학 드라마에서 흔히 보았던 수술실의 밝은 불빛
새우등처럼 등을 굽히고, 척추에 느껴지는 따끔따끔한 마취의 고통
몸이 따뜻해지면서 하반신이 마비되고 산소호흡기로 거친 숨을 한 동안 몰아쉬었을 때 (비염이라서 고통스러웠다) 침대가 덜컹덜컹하더니 아기 울음이 터졌다.
응애, 응애~
생각만큼 우렁차지 않았지만, 뇌리에 꽂히는 아기의 소리.
울음소리를 듣고 그제야 눈물이 나오더라.
아기 얼굴을 보여주었는데, 너무 잠깐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작고 예쁘다고 생각했던 느낌만 있었다.
아기 얼굴 잠깐 그렇게 보고 병실을 나와 보호자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남편인 갑남과의 인터뷰
없어
응? 엄마 아파
고민 좀 해야겠어... 넌 너무 예쁘긴 한데... 둘째는 생각해보자...
내가 이 사실을 잊을 때 그때 갖겠어... 지금은 아니다.
3년이면 잊히냐?!!(버럭)
야... 이 씨... 폐경이야!!!!!!!
(요즘은 폐경이 아니라 완경이라는 말을 쓴답니다.)
누렁아 사랑해 김 누렁...
안녕~ 이따 만나!!!
그렇게 누렁이(하준이)가 태어난 지 오늘이 120일
둘째는 생각도 안 하겠다는 마지막 인터뷰를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태어나서도 한동안 매우 힘들었지만
이 날의 아픔이 잊혀서 감각이 둔해질 만큼 누렁이(하준이)가 너무 예쁘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