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판 인플루언서의 몰락 ‘도리안 그레이’

by In My Library

원제 : The Picture of Dorian Gray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작가 : Oscar wild (오스카 와일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보다 나쁜 것이 세상에 딱 하나 있다네.
뭔지 아나? 사람들이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는 것일세.


팬덤을 바탕으로 군림하는 현대의 인플루언서는, 긍정적이든 혹은 부정적이든 현대를 대표하는 문화의 한 부분이며, 커머스의 핫한 주인공이자, 시기와 부러움의 양날 위에 서 있는 상징 같은 존재이다.


썩어 들어가는 그림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죽지 않는 남자’로 접했을 것 같은 오늘의 주인공은 ‘도리안 그레이’이다. 요즘으로 치자면 19세기의 인플루언서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유복한 외할아버지를 둔 그는 부와 명성을 물려받았으며, 젊은이들은 그의 취향과 패션 하나하나까지 따라 하기에 이르렀다.

가난한 예술가와 부유한 어머니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또 사랑받지도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도리안, 그 탄생의 비극마저도 ‘스토리’가 되어 그를 더욱더 완벽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듯했다.


도리안의 이야기는 런던의 유명한 화가였던 바질 홀워드의 작업실에서 시작된다. 도리안 그레이를 처음 본 순간 형용하기 힘든 묘한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화가는 요사이 말로 영혼을 갈아 넣는 정성으로 도리안의 초상화를 완성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데 헨리 워튼, 삶에 다소 냉소적이었던 그는 훗날 도리안 그레이가 타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초상화 속, 실재 보다 더 아름다운 자신을 보고 영원히 변하지 않을 그림을 시기하는 도리안 그레이.


나는 항상 젊은 채로 있고 이 그림이 나 대신 늙어 가면 좋을 텐데. 그럴 수만 있다면 뭐든 다 바칠 수 있는데!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줄 수 있는데!


그의 순간적이지만 진심 가득했던 말은 불행의 씨앗이 되고 만다.

날카로운 말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사랑했던 여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날, 도리안은 자신의 초상화의 얼굴이 변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기도는 현실이 되었고, 있을 것 같지 않은 일들을 통해서 작가의 상상력은 드넓게 펼쳐지기 시작한다.


사실 글 초반 오스카 와일드의 섬세하고 정교한 묘사는 너무 완벽하다 못해 살짝 지루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의 심미적이고 화려한 취향은 이 부분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영혼이 담긴 그림’.

지금은 흔한 판타지 테마가 되었지만, 책이 출간되었던 1890년에는 분명 예상 밖의 신선한 소재였을 것이다.


편안한 삶이란 무엇인가

인플루언서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아니, 그보다 우리는 왜 유명해지고 싶어 하고 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신성한 의지를 맡기고 싶어 하는가?


'도리안 그레이'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깊고도 치밀한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이 잘 나타나 보이는 책이다. 자신의 대한 두려움, ‘선’이라는 강박 그리고 가질 수 없는 것들, 예를 들자면 ‘젊음’ 같은 것에 대한 부질없음 등, 작가는 주인공 도리안뿐만 아니라 화가인 홀워드 그리고 악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지극히 자기중심적 인간인 헨리 워튼의 입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도리안 그레이는 지금으로 치자면 모든 것을 갖춘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초반을 보면 그는 자신의 매력을 인지하지 못하는 순수함을 간직한 청년이었는데, 이는 아마도 그의 깊은 마음속에는 불행했고 또 고독했던 어린 시절의 상실과 결핍이 내재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각성’이라고 해야 하나?

늘 외롭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더 이상 외로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이 타인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느꼈을 때, 그는 스스로 특별 해졌다. 그리고 폭주하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과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것은 다르지만, 우리는 종종 자신감과 만용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곤 하니까…


만약 누군가 명성을 얻고 싶어 한다면, 그 이유는 모두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부를 쌓기 위해, 누군가는 그저 작은 도움을 전하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는 아마 저 도리안 그레이처럼 분명 외롭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진실! 명성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


도리안은 누군가 자신을 가리키거나 자신을 빤히 쳐다보거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뿌듯해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젠 그런 것들이 신물이 났다. 그는 최근에 아주 빈번하게 시골마을을 다녀오곤 했는데 그 마을이 매력적인 이유의 절반은 아무도 그를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이야기의 후반부로 가면 일상의 평범함에 대한 소중함을 그리워하기 시작한 도리안 그레이가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그저 그런 지루해 보일 것 같은 만남,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평범한 부부, 자신이 하찮게 보았던 평범한 인생. 살아있는 몸과 죽어가는 영혼은 결국 함께 자멸하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요즘처럼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가 활발한 세상에서 사생활을 보장받기란 참 어렵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압도적인 보안기술을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 사람들이 셀카를 찍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한다. 많은 일상들이 보이지 않는 전산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쩌면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만이 이 거대한 네트워크 속에 묻히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 되어 버린건지도 모르겠다.

셀카 속 나는 진실된 영혼을 닮고 있는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이거든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 아일랜드 출신의 소설가, 극작가, 시인으로, 뛰어난 언어 감각과 재치 있는 문장으로 유명하다. 대표작으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희곡 『진지함의 중요성』이 있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의 위선을 신랄하게 풍자하며, 아름다움과 쾌락을 중시하는 미학주의를 문학에 반영했다. 와일드는 동성애 혐의로 투옥되며 비극적인 말년을 보냈지만, 이후 그의 문학성과 자유를 향한 외침은 널리 재조명되었다. 와일드의 글은 우아하면서도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으며, 인간의 욕망과 사회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데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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