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에서 온 사나이

#009_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by reconceptor


Gibril을 만난 것은 Dundas Square였다.

그는 소말리아에서 온 난민이었다.


"소말리아에서 태어났는데,

어릴때 고향을 떠났기 때문에

기억나는 건 별로 없어..."


가족들과 함께 토론토에 온 그는

얼마전 까지 버팔로에서 살았다고 했다.


"버팔로에 왜 갔냐구?

거긴 물가가 싸서

살기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사실 사업을 하려고 갔던 거였는데

생각처럼 잘 돼지 않았어.

그래서 그냥 돌아왔지."


초상화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거 알아?

사실 나도 아티스트야. 흐흐.

네가 날 잘 그려준다면,

나도 널 그려줄께."


그의 정체가 아리송한 가운데...

나는 자리를 잡고,

그를 그리기 시작했다.


©RECONCEPTOR / Gibril, 2011


"Unbelievable."


완성된 그림을 내밀었더니,

그는 환호성을 질렀다.


"와~ 정말 놀라운걸.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나랑

비슷하게 잘 그렸어.

100%는 아니지만 말야... "


그는 자신의 초상화가

마음에 들었는지...

흔쾌히 내 초상화를

그려주겠다고 말했다.


"그거 알아?

난 그림 공부를 해본 적은 없어.

큰 기대는 하지 마. 흐흐흐."


그는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

시간이 많이 걸릴거라고 덧붙였다.


장난스럽게 쓱쓱

그리고 말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그는 정말 진지했다.


나를 한번 바라보고

짧은 선 하나를 긋고

또 바라보더니

선을 하나 더 그었다.


대충 그어지는 선은

없었다.


그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세심하게

선을 그려나갔다.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sticker sticker


"너는 언제부터 그림을 배운거야?"

"왜 그림을 그리게 된거야?"

"드로잉말고 페인팅도 할줄 알아?"

.....


그는 여유롭게 그림을 그리면서

쉴새없이 질문을 던졌다.


마침 핸드폰에 저장돼 있던

그림 몇점을 보여주었다.


"그거 알아?

너 정말 Amazing하구나."

"한국에도 유명한 예술가가 있어?"

"프랑스에는 모네랑 르누아르가 있잖아."

"요즘 나는 프랑스어도 배우고 있어."

.....


그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나의 초상화가

완성되었다.


©RECONCEPTOR / Gibril, 2011


"와우~ 정말 그림을 배운 적 없니?

Gibril! 그림에 소질이 있구나.

물론 100% 닮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하하하.."


그 후로

나는 Dundas Squre에서

Gibril과 수도없이 많이 마주쳤다.


그는 빈둥거리며 벤치에 앉아있거나,

담배를 피우며 건물들을 바라보거나,

홈리스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시시껄렁하게 노닥거리고,

가끔은 나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그는 아무래도 백수 내지는

한량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그가 내게 보여준

진지한 태도와

정성스러운 그림은

아직도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