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꼬마

#010_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by reconceptor


Nathan Phillips Square에서

만난 네팔의 꼬마는

자신의 초상화를 나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이 그림 그냥 가지세요.

나랑 안 닮았어요."


꼬마의 이름은 Sadbhav.

네팔에서 온 6살의 소년이었다.


©RECONCEPTOR / Sadbhav, 2011


꼬마는 아빠와 함께 분수 앞 광장에서

과자를 먹고 있었다.


꼬마의 아빠는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까무잡잡한 피부와 대조되어

인상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Sure."


꼬마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싶다고 말했더니,

경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계속 뭐라고 하는데

억양 때문인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보니 자리를 옮기자는 말이었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그늘 진 곳이 좋겠다고...


자리를 옮겨 앉았더니

과자봉지를 쓱 내민다.

괜찮다고 사양했는데,

맛이 끝내준다고

한 번만 먹어보라고

계속 권해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한 조각 집어 들었는데,

스윙칩과 흡사한 맛이었다.

아마도 공짜 초상화에 대한 답례 이리라.


꼬마를 벤치에 앉히고

본격적으로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말썽꾸러기처럼 보였던 꼬마는

예상외로 차분하게 앉아있었다.

미동도 없이 나를 노려보는데,

집중력과 인내력이 웬만한 어른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sticker sticker


일반적으로 어른들은

얼굴 표정을 시시때때로 바꾸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가 하면

심지어 휴대폰 통화까지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림을 거의 다 그려가는데

꼬마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슬슬 고개가 돌아가고 자세가 흐트러졌다.


꼬마의 곁에서 아무렇지 않게

앉아있던 꼬마의 아빠는

아이의 고개를 슬쩍 들어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좋은 그림을 얻기 위한

아빠의 열정에 웃음이 피식 나왔다.


그림이 마무리되고,

아빠에게 과자봉지를

건네받은 꼬마는

환타를 빨대로 쪽쪽 빨며

시큰둥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그림이 마음에 드니?"

"네..."

"와~ 그림 배운 적 있어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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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의 아빠는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그는 2년 전 공부를 하러 토론토에 왔고

이제 학위과정이 거의 끝나서

곧 네팔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꼬마에게 제 초상화도 부탁할 수 있을까요?"

"아~ 그럼요. Sadbhav~ 한번 해볼래?"


나의 초상화는 10초 만에 완성되었다.

꼬마는 동그라미 하나와 선 몇 개를

그리더니 끝이라고 말했다.


꼬마의 아빠와 나는

그림을 보며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고마워~ Sadbhav.

내 속눈썹이 참 이쁘구나."


©RECONCEPTOR / by Sadbhav, 2011


초상화를 서로 교환하고

헤어지려는데...

꼬마가 자신의 초상화를 나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마음에 안 드니까 다시 가져라 하면서

아빠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며 계속 징징거렸다.


꼬마의 아빠는 무척 미안해했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고

꼬마의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 트럭으로 향했다.


멀리서도 부자의 실랑이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꼬마야~ 미안.

다음엔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