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A CORNER

#012_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by reconceptor


9월의 어느 날,

분필 낙서들이

Nathan Phillips Square의

곳곳을 메우고 있었다.


©RECONCEP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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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를 왜 지우지 않고 놔뒀지?

누가 이렇게 낙서를 많이 한 걸까?

낙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걸까?

누군가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긴 한데...

퍼포먼스인가... 설치미술인가... 시위인가...


sticker sticker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6076393292_f9b2a3b451_o.jpg ©Jackman Chiu. https://flic.kr/p/afX72A


6071376255_1009de389e_o.jpg ©Jackman Chiu. https://flic.kr/p/afvoCX


6076359716_9458de0501_o.jpg ©Jackman Chiu. https://flic.kr/p/afWW3G


그것은

Jack Layton에게

보내는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였다.


그는

캐나다 제1야당인

NDP(신민당)의 당수로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위해

헌신해온 사람이었다.


토론토 시의원으로

정치계에 입문한 그는

평소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로 유명했고,

노숙자나 에이즈 환자 등

소외된 서민들을 위해 일했으며

캐나다 원주민인 인디언의 자녀들을

속박하기 위해 운영해온

원주민 학교에 대해

수상의 사과를 받아내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는 평등한 사회,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꿈꾸는

신념 있는 정치인이었고

캐나다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등불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2011년 8월 22일.

투병 중이던 암이 전이되어

61세의 나이로

서거하고 만다.


캐나다 역사상 처음으로,

만년 3당이었던 신민당을

100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여

제1야당으로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하며

정치계의 별로 떠올랐으나

안타깝게도

절정의 순간,

생을 마감한 것이다.




Jack이 없는 세상은 영원한 암흑과 같을 겁니다.
Jack! 캐나다의 젊은이들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었죠.

그래서 우리는 투표를 했습니다.
당신의 뜻을 이어나가기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할 거예요.
Jack Layton은 내가 투표를 시작한 이유였습니다.
그는 캐나다를 위해 싸우는 전사였어요. 우리도 그의 꿈을 위해 싸울 겁니다.




밤하늘의 별똥별처럼

어둠에 한줄기 빛을 수놓으며

저물어간 캐나다의 별을 애도하기 위해

시민들은 Nathan Phillips Square에 모여

촛불집회를 열고 무수히 많은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처음 광장에 추모의 메시지를 남긴 사람은

오타와의 42세 주부인

Marna Nightingale이었다.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던

그녀는

주변 상점을 샅샅이 뒤져

구입한 분필로,

Jack Layton이 국민들에게 남긴

편지의 마지막 구절을

광장의 콘크리트 블록에 적었다.


Jack Layton이

남긴 메시지에는

그가 꿈꿨던 신념과

국민에게 거는 작은 희망이

담겨 있었다.





Love is better than anger.

Hope is better than fear.

Optimism is better than despair.

So let us be loving, hopeful and optimistic.

And we’ll change the world.


- Jack Layton





그의 꿈은

작은 분필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울림이 되어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누군가는 누구나 메시지를 쓸 수 있도록

분필이 가득 든 통을 길에 놓아두었고,

메시지는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광장은 순식간에 거대한 추모비가 되었다.


분필벽3.jpg ©RECONCEPTOR


그리고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또 하나의 메시지.


'This is a corner Half of Canada has lost it's voice!!'


그들은 어느 코너에 서 있는가.

우리는 지금 어느 코너와 마주하고 있는가.


마지막 순간,

자신과 같은 암을 가진 환자들이

자신의 죽음으로 절망할 것이 걱정되어

어떤 암인지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다는

Jack Layton.


분필 낙서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그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 사연들을 접하면서

시민들의 슬픔과 아쉬움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문득

기억 저편에서

바람에 나부끼던

노란 풍선이 떠올랐다.


경부 고속도로를 달리던 어느 날.

노란 풍선을 손에 들고

길가에 줄지어 서 있던 시민들.

풍선 하나하나를 뒤로 하고

서울로 급하게 달리던 장의버스.


나는 그 또한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코너와

그의 코너가 오버랩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RIP. Jack Layton


6085403596_263dffa5da_o.jpg ©Jackman Chiu. https://flic.kr/p/agKh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