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쉬를 닮은 그녀 1

#013_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by reconceptor


Corinna를 처음 보았을 때,

<퐁네프의 연인>들에 나왔던

줄리엣 비노쉬가 떠올랐다.


그녀는 홀로

양반다리를 하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


분수대의 물결을

따라 빠져들 것 처럼

몸을 숙이고 앉은

그녀의 뒷모습에서

스산함이 묻어나왔다.


말을 건네자

그녀는 무장해제라도 하듯

금세 배시시 미소 지었다.


"아... 영어가 서툰데 괜찮겠어?"

"하하. 나도 영어 잘 못해. 잘 됐네 뭐.

난 한국에서 왔는데, 어디서 왔니?"


약간은 어눌한 말투로

더듬더듬 이야기 하던

Corinna는 독일에서 온 간호사였다.

병원에 휴가를 내고

영어공부를 하러 왔다고 했다.

어학원을 두 달간 등록했는데,

이제 한 달이 지났다고.


"내년에 인도에 의료자원봉사를 가는데,

아무래도 영어를 잘 해야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캐나다에 왔어.

물론 단기간에 실력이 늘지는 않겠지.

하지만 자신감은 좀 생긴 것 같아.

이렇게 너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야."


©RECONCEPTOR



초상화 이야기를 꺼내자

Corinna의 얼굴이 금세

붉게 물들었다.


“Haha, no problem!”


무표정할 때는

근엄한 느낌이었는데,

얼굴에 미소가 번지자

금세 어린이처럼 천진난만한

본래 성격이 드러났다.


히죽히죽...

헤죽헤죽...

까르르르...


그녀는 연신 온몸을

들썩이며 웃었다.

웃지 않고 말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RECONCEPTOR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내내

너무 즐거워했고,

그 모습에 나도 같이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캐나다에 와보니 어떤지...

남자친구는 있는지...

앞으로 계획은 뭔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자세하게 설명했더니

쉽지 않겠다면서

오히려 내 걱정을 해주었다.


"언제 101명을 다 만나냐...

다음엔 누구를 그릴 거야?"


그녀는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들고

뚜뚜뚜... 레이더망을

가동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주변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그녀의 손가락 끝이

건너편 벤치에 한 사내를 가리켰다.


“How about that guy?”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파란 점퍼에 검은 배낭을 메고

벤치에 앉아 연못을 바라보는

짙은 황톳빛 머리색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Okay. You’re a good director. Haha.”

"I'll try. LOL"


이야기가 꽤 잘 통했던 우리는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잡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며칠 뒤 Corinna에게

문자 한 통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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