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_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2011년의 어느 날...
늘 목적지를 가기 위해 지나쳤던
익숙한 길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시청 앞이라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
첫 번째 장소는 토론토 시청 앞,
Nathan Phillips Square였다.
Old Cityhall과 New Cityhall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광장.
매주 온갖 페스티벌이 열리고,
관광객들이 한 번은 들려가는 그곳.
서울시의 서울광장을 떠올리면 된다.
'저한테 15분만 주실래요?
제가 당신의 초상화를 그려드릴게요.'
마음속으로 수십 번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지만 선뜻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았다.
연필과 스케치북을 손에 들고
벤치에 앉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분수대 주위를 배회하듯 돌기 시작했다.
다섯 바퀴쯤 돌았을까.
홀로 벤치에 앉아
분수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한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세바퀴쯤 돌았을 때부터
그 자리에 앉아있었던 것 같다.
왠지 느낌이 좋다.
떨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그에게 다가섰다.
"Excuse me."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동유럽에서 온 듯한 그는
하얀 피부에 어두운 갈색 머리,
호수처럼 깊은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인상적인 사나이였다.
"If you don't mind,
can I ask smething?"
"Sure."
시작이 좋다.
"Nice to meet you.
My name is Joy.
I am an artist
and I'd like to draw your portrait.
If you want it,
Can you give me 15minutes?"
잠시 머뭇대던 그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Oh... I am sorry.
Now I don't have enough time.
I have to go soon."
잠깐이면 된다고
조심스럽게 설득해봤지만,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데,
건너편 벤치에 한 소년이
어두커니 앉아있었다.
검은 곱슬머리에 구릿빛 피부,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는
껄렁하게 다리를 떨며
고개를 푹 숙인 채,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래, 조금 더 용기를 내보자.
"괜찮다면, 네 초상화를 그려줄게.
어때? 15분만 시간 좀 내줄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있는 힘껏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몸을 뒤로 젖혀 거리를 두며,
예상외의 대답을 내뱉었다.
"I don't have money."
"...."

공짜라고...
그냥 그려주고 싶은 것뿐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가만 보니,
그는 내가 거리에서 돈을 받고
초상화를 그려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공짜라고 해놓고
그림을 다 그린 다음에
돈을 내라고 할까 봐 걱정이 됐는지...
소년은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건너편 벤치에서
아까 그 사내가 곁눈질하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뒤를 돌아보니 근처에 도착한
자동차의 문을 열고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 픽업을 하기로 했고,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건너편으로 건너가
벤치에서 신문을 읽던
백발의 할아버지에게
말을 건넸다.
쳐다보지도 앉고
손사래를 친다.
'어쩌면 좋지...'
거절이 거듭될수록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잘 하지 못하는 영어로,
말을 걸고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갈수록 작아지는 나와
대면하게 될 뿐.
'그래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잖아.'
스케치북을 꼭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멀리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