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Wading

#003_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by reconceptor


"Go ahead!"


큰 함성소리와 함께

나팔과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광장으로 들어서는

긴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RECONCEPTOR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온몸을 보라색으로 물들이고,

노란 안전모와 노란 티셔츠를

똑같이 맞춰 입은 청년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어왔다.


먹이를 구한 일개미들이

일렬로 줄 맞춰 집을 찾아가는 처럼,

한 줄로 나란히 줄을 서서

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RECONCEPTOR


광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에게 쏠렸다.


무슨 일이지...

모두가 의아해하는 가운데,

행렬의 선두가 분수대 안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첨벙첨벙~

거침없이 분수로 뛰어들어가는

청년들을 바라보며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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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the hell!"

"What is going to happen?"



©RECONCEPTOR


<No Wading!>

<물에 걸어들어가지 마시오!>


분수대 곳곳에서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던

표지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윽고 모든 청년들이

분수로 뛰어들어가

서로에게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분수대의 물로 세수를 하고

남자들은 웃통을 벗어

몸의 보라색 물감을 씻어냈다.


순식간에 분수 전체가

노란색으로 가득 차더니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경찰을 부르는 사람도 없었다.

처음엔 황당해하던 사람들이,

불난 집 구경하듯

우르르 모여들기 시작했다.


더 잘 보기 위해서

벤치 위에 올라서고,

카메라나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고,

휘파람을 부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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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구경거리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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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Brazilian Day였다.


캐나다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이민자의 나라이다.


Mexican Day, Indian Day,

Greek Day....

토론토 중심가에서는 거의 매주

온갖 페스티벌이 열린다.


Greek Town, China Town,

Little Italy 등이 구역별로

자리하고 있는데

다운타운이 각국의 다양한

문화 축제들로 채워지는 걸 보면...


이민자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더 잘 살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


모두가 축제의 감성에

흠뻑 빠져버린 탓인지...
청년들의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나 또한 사람들의 움직임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분수 옆 난간에 올라

광장의 끝과 끝,

분수의 처음과 끝을 내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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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첨벙첨벙 물소리와
광장을 꽉 채운 함성소리로
귀가 먹먹해지더니...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의

한 장면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정신이 멍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람들의 움직임이 테이프가 늘어지듯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지는 듯하더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No Wading.'

처음엔 이 도시에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내가 도시와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오히려 내가 도시에 표지판을

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다.

광장을 뒤로 하고 Union Station을 향해

쓸쓸한 발걸음을 옮겼다.


야심 차게 거리에 나섰던

첫 번째 날...


'I screwed up.'


망.

했.

다.





청년들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http://benmccanny.com/archive/frosh/fa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