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_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2010년 8월 6일.
캐세이퍼시픽 항공권을 예매했다.
홍콩을 경유하여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도착하는 노선이었다.
홍콩에서 스탑오버가 가능하니,
귀국할 때 홍콩에서
며칠 머물 계획을 세웠다.
"아니 왜 홍콩을 경유해?
일본이나 밴쿠버를 경유하는 게 낫지.
세계지도는 안드로메다로 보낸 거니?"
"홍콩은 언제든 갈 수 있는데 뭣하러 돌아가?"
홍콩을 경유하면,
캐나다 반대방향으로
3시간을 날아갔다가
출발하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탑승시간이 길어진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2015년 에어캐나다를 타고
나는 캐세이퍼시픽을
몹시도 그리워하게 된다.
바닥을 쳤다.
달리 더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2010년은
블랙홀과 같은 시기였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는데...
이카루스의 날개라도 달았던 것일까?
하강.
하강.
하강.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던 회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이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었다.
몇몇 회사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고,
프리로 할 수 있는 일들도 들어왔다.
하지만 당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로기 상태에 놓여있었다.
몇 년간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어딘가로 달리고
또 달리던
나는...
방전된 배터리처럼
번아웃 상태가 되었다.
만성 두통과 불면증으로
일상생활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렉이 걸려 버벅거리고
인풋도 안되고
아웃풋도 안되더니
결국 먹통이 돼 버린 것이다.

리셋이 필요했다.
"캐나다 가서 뭐하게?
네가 지금 영어 공부할 때야?"
"지금 경력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인데,
꼭 가야겠어? 다시 생각해봐."
문제는
일에서... 삶에서...
목표와 방향을 상실하고
표류하는 난파선이
돼버렸다는 데 있었다.
좌현으로...
우현으로...

내 삶의 조타대를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들이
쥐고 있었다.
캐나다는 나에게
리셋 버튼 같은 것이었다.
내 손으로 나의 배를
조타하기 위해 필요한
리셋 버튼.
2011년 2월 14일.
나는 캐나다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