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참 예의가 없구나

#036 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by reconceptor


"무슨 일이야?"


시청 광장을 서성이는데,

웬 남자가 나에게 물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시청 쪽을 가리켰다.


그의 손끝 너머로 사람들이 보였다.

시청 입구에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인파를 뚫고 가까이 다가가 봤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었다.


"글쌔... 무슨 일일까...

잘 모르겠어."


친구에게 말을 걸듯

친근하게 말을 건 남자는 Luke였다.

그는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초상화를 그려준다고?

좋아~."


그는

길거리에 쓰레기 한 번

함부로 버린 적 없을 것만 같은...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면 따라가서

훈계할 것만 같은...

모범생 같은 이미지의 남학생이었다.


하지만

두껍고 큰 흰색 안경테와

입술 밑 피어싱이

반듯한 그의 이미지를

묘하게 무너뜨리고 있었다.



©RECONCEPTOR



그가 나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Luke는 조용히 역정을 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응?"

"왜 내 사진을 찍어?

물어보지도 않고..."


사진을 찍기 전에

양해를 구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수락을 했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의 친절한 말투와 태도에

무장해제가 됐던 탓인지도.


"아... 미안. 물어보는 걸 깜빡했네.

사진 찍어도 괜찮아?"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네가 먼저 물어봤다면

아무 상관없었겠지.

넌 참 예의가 없구나."


Luke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조금은 당혹스럽고

미안한 마음으로

그림 그리기를 마쳤다.


"여기~ 그림 밑에 사인 좀 해줄 수 있어?"

"사인은 왜?"

"그림에 사인해서 주고받고 있거든."

"됐어. 사인은 어디다 쓰게?

그림 안 줘도 돼. 그냥 너 가지렴."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개인정보를 활용해서

뭐라도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Luke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민망하고 황당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RECONCEPTOR



그래.

사람의 신뢰를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의 표정 하나,

손짓 하나,

말투 하나로

그 사람 전체를

쉽게 판단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해와 관용을 갖기에

만남은 너무 짧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컨텍스트가 없는 짧은 만남에서는

조심, 더 조심해야 한다.




Luke,

그래서 그랬던 거니?



©RECONCEP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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