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 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추우면 PATH로 가든지!"
칼바람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Gotrain을 타기 위해
신발끈을 묶던 나에게
Sin이 소리 질렀다.
Union Station에 내리자
지하철과 지하 통행로로 연결되는
통로가 나왔다.
창밖을 보니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지하 통로로 발길을 옮기자
쇼핑몰과 푸드코트가 나타났다.
다운타운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토론토의 지하세계,
PATH였다.
PATH는
'Toronto's Downtown
Underground
Pedestrian Walkway'
토론토 시내 지하에 있는
보행자를 위한 통로를 말한다.
토론토 다운타운의
주요 오피스 타워를 중심으로
쇼핑몰과 푸드코트, 지하철 등을
연결하는 일종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처음에는 짧은 지하보도인 줄 알았는데,
조금 걷다 보니 부평의 지하상가가
떠오를 정도로 끝이 보이질 않았다.
Path의 총 길이는 27km,
쇼핑몰의 면적은 112,409평(371,600 m²)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 복합쇼핑몰로
기네스북에 기록돼 있다.
토론토에 지하보도가
생긴 것은 1900년의 일이었다.
1960년 도시계획가인
Matthew Lawson이
도시 지하에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인구증가와 산업 발달로
포화상태에 이른 지상공간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1960~70년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되면서 쇼핑몰과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현재 1,200여 개의 상점과
50여 개의 주요 건물들이 연결돼 있어
토론토 다운타운가를
추위에 떨지 않고 다닐 수 있다.
쇼핑의 메카 Eaton 센터,
토론토의 랜드마크인 CN타워와
하키 명예의 전당, 시청 등
다운타운의 주요 건물과
지하철 출구 근처에 가면
PATH 표지판이 나온다.
안내판을 따라가면,
지하통로를 가로질러
목적지로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다.
나는 PATH MAP을
핸드폰에 다운받아 다녔는데,
처음에는 조금 헷갈려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거나
출구를 못 찾고 헤매는 경우도 꽤 있었다.
PATH로 갈 때마다
들렀던 푸드코트의 3콤보 그린커리 라이스,
티 카페 앞에서 무료 시음을 권하던
한국인 아르바이트생(워킹으로 온듯하다),
여의도를 방불케 하는
커리어우먼과 비즈니스 맨들의 바쁜 발걸음,
그리고 바쁜 출퇴근 시간
구두를 닦아주던 아저씨가
기억에 남는다.
구두를 닦기 위해서는
높은 단상 위에 놓인
의자에 앉아야 했는데,
크고 조금은 고급스러운 의자가
벽을 등지고 길가를 향해 놓여있었다.
거의 모든 행인들이
구두 닦는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 갔기 때문에
구두를 닦는 동안,
구경거리가 돼야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손님들은
신문이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었다.
구두를 닦는 비용이 얼마인지,
얼마나 깨끗하게 닦아주는지
궁금하긴 했는데...
의자에 앉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
PATH는 앞으로 45개의 입구를 추가하여
60km까지 연장될 계획이라고 한다.
공사가 완료되면,
새로운 지하도시가 탄생하게 될 것 같다.
*cover image : ©Joseph Morris. https://flic.kr/p/p3HsV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