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 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Jenny는 Robinson 부인이
미국에서 입양한 딸이었다.
"아유~ 얘가 하는 짓이 어찌나 이쁜지...
Jenny가 내 삶의 낙이라우.
우리 가족의 보물이지요. 호호호."
Jenny는 오늘 발레 수업이 있었는지,
예쁜 발레복을 입고 엄마 주위를 뛰어다녔다.
여느 모녀와 다를 바 없이
한낮 공원에서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Jenny에 대한 Robinson 부인의 사랑이
그녀의 손길과 눈빛에 가득 담겨있었다.
'Jenny는 정말 좋은 엄마를 만났구나.'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인도 전통복장을 한 아주머니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꽤 오랫동안 쳐다봤기 때문에
짐짓 신경이 쓰였다.
Robinson 부인이 Jenny와 함께
내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는데,
그 아주머니가 내게 다가왔다.
"초상화 그리는데 얼마예요?"
"네?"
"이거 직접 그리신 거 맞죠?"
"네."
"정말 멋지지 않아요? 그림이 참 마음에 들어요."
"우리 딸들 좀 그려줄 수 있어요?
큰 딸이랑 작은 딸 초상화를 그려주면 좋겠는데..."
나와 그 아주머니를 번갈아보던
Robinson 부인이 입을 열었다.
"이건 돈 받고 그려주는 초상화가 아니에요.
초상화 교환 프로젝트거든요.
댁의 따님들도 이분의 초상화를 그려주면 돼요."
아주머니의 표정이 굳어졌다.
잠시 생각하더니...
딸들에게 물어보고 오겠다며 뒤로 돌아섰다.
10미터쯤 거리에 역시 인도 전통 복장과 화장을
한 두 명의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오늘은 멕시코 축제가 있는 날이었는데,
아무래도 축제 구경을 나왔다가
Jenny의 그림을 보고
초상화를 부탁하는 것 같았다.
"딸들이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데요.
그냥 돈 받고 그려주시면 안 될까요?
얼마면 되겠어요?"
당신은 <가을동화>의 원빈?
Robinson 부인은 잠깐 시간 내서 그리면 된다고,
어려운 게 아니라고 그 아주머니를 설득하며
내편을 들어주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 아주머니에게 제안을 했다.
"얼마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대답하기가 어렵네요.
정 그러시다면, 주고 싶은 만큼만 주세요."
아주머니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딸들과 상의해보고 돌아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Robinson 부인은 이상한 사람들이라면서,
그림 그리는 게 뭐가 어려워서 그런지 모르겠다고...
이렇게 재미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궁시렁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적당한 금액을 제시하고
그려줬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됐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