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 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친구의 친구들을 만나
함께 저녁을 먹으며,
그림을 그리는 날이 있었다.
Ozne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였는데,
그 자리에 우연찮게 합석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는 Mexico에서 온 22살의 청년이었다.
그는 내가 초상화를 그리는 걸 보더니,
나중에 자신의 그림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며칠 뒤 Ozne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안녕? 나 기억해?
나 Ozne야! LOL~"
우리는 Dundas Square에서
만나 조용한 카페를 찾아갔다.
그는 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세 친구가 되는
사교적인 성격의 사람이었다.
쾌활하며 장난기가 많고 재미있었다.
역시나 그림을 그리는 내내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장난기 넘치는 제스처를 취했다.
Vahid의 분신이 앉아있는 것 같았다.
"어~ 이거 나랑 안 닮았어!"
그림을 내밀자,
그가 컴플레인 아닌 컴플레인을
늘어놓았다.
"이건 내가 아니잖아."
"하... 그러게...
이를 어쩌면 좋지?
음.... 어디 보자....
이걸 덧붙이면,
너랑 비슷해질 것 같아. 하하."
나는 Ozne의 머리 위로
더듬이를 그려 넣었다.
"이게 뭐야!
이게 나라고?
더 안 닮았어.
외계인 같아."
"하하하.
외계인 맞잖아.
Ozne 대원 응답하라, 오버."
"히히히. 오버."
우리는 화기애애한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그가 그린 내 초상화에
사인을 부탁하자,
한글로 Ozne를
어떻게 쓰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한국에도 일본에도
참 관심이 많았다.
주변에 한국인과 일본인
친구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종이에 몇 번을 연습하더니,
한글로 또박또박
오.즈.니.라고 적었다.
작업을 마무리하고 일어서려는데,
그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나에게 말했다.
"저기.. 나한테 여자친구가 있는데.
괜찮다면, 내 여자친구도 그려주지 않을래?"
오늘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여자친구 일이 늦게 끝나서
오늘 시간을 맞출 수 없었거든."
"No problem."
사흘 뒤 우리는 타이 레스토랑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팟타이를 먹고 있었다.
Ozne가 여자친구의 초상화를
부탁하는 대신,
밥을 사기로 했기 때문이다.
Ozne와 나는 여자친구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30여분 쯤 지났을까...
오늘도 역시 일이 늦게 끝난
그의 여자친구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Naomi였다.
남미 여성일 것이라고 추측했었는데,
나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Naomi는 Ozne보다 7살 연상의
일본 여성이었다.
Ozne와 Naomi는 일을 같이 하면서
사귀게 됐다고 한다.
그들은 워킹홀리데이의 여느 워홀러들처럼
주로 레스토랑이나 샵에서
직업을 구했다.
"나이 차이가 좀 나지만,
배려심 넘치는 마음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져서
끌렸던 것 같아."
Naomi는 연신 배시시 웃는 미소로
착하고 온순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주위를 편하게 만들었다.
따사로운 햇살 같은 사람이었다.
눈빛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사소한 것도 아껴주는 커플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어~ 뭐야.
내 그림보다 잘 그렸잖아.
나는 하나도 안 닮게 그리더니,
이러기 있기? 없기?"
"모델이 좋아서 그래.
Ozne 거울 좀 보고 올래?
하하하."
Ozne의 짓궂은 농담에
Naomi가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그만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Naomi는 그림이 더 예쁘네. 히히히.
나도 다시 그려줘~~"
Naomi가 Ozne를 살짝 째려보았다.
하지만 눈빛이 마주치자
이내 웃음이 터져나왔다.
우리는 함께 웃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Ozne가 꼭 연락하라고
다같이 다시 만나자고 했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바쁜 일정 탓에 친구들을
다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아쉽다.
정말 짧은 인연이었지만,
가끔씩 Ozne와 Naomi가
고향으로 다시 돌아갔는지
지금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