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7 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맙소사.
이렇게 쉬운 거였어?"
Jouhara는 완성된 생강차를 담은
유리병을 두 손으로 끌어안으며
뛸 듯이 기뻐했다.

우리는 호스텔의 같은 방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6인 여성 도미토리였는데,
Jouhara는 내 자리 옆 칸의 1층 침대를 사용했다.
그녀는 프랑스에서 온 27살의 여성이었다.
워킹홀리데이로 캐나다에 왔고,
일자리가 구해질 때까지 호스텔에 묵을 예정이었다.
"조금 늦은 나이이긴 하지만,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서 캐나다에 왔어.
나이 들면 여기 올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이 호스텔에는 Jouhara와 같은
젊은이들이 꽤 많았다.
유럽과 호주, 서아시아 등지에서 온
젊은 친구들이 보통 한 두 달 정도
호스텔에 묵으며 일자리를 알아보고,
일터와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는 식이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대부분의 룸메이트들이 자리를 뜬 이후였고...
내 자리 밑 1층 침대를 쓰는 Brazil에서 온
여성만이 항상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다.
"아니 쟤는 왜 맨날 저렇게
늦게 일어나는 거야?"
(소곤소곤)
옷을 갈아입고,
이불을 개고 있는데
Jouhara가 다가와 속삭였다.
"그러게...
매일 늦게 잠드나 보지 뭐."
우리는 함께 늦은 아침을 먹으러
호스텔의 주방으로 향했다.
토스터기에 식빵을 넣으면서,
Jouhara가 물었다.
"너 혹시 Ginger tea 알아?"
"응. 그건 왜?"
"감기 기운이 있어서 목이 아픈데,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생강차가
좋다고 하더라고.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알아?"
"생강차 만들기 쉬워.
그냥 만들어 먹는 건 어때?"
"와~ 진짜?
너 생강차 만들 줄 알아?"
우리 호스텔은
Kensington Market
바로 옆에 있었다.
켄싱턴 마켓을 지나면 차이나타운이 있는
Spadina Avenue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차이나타운의 식자재 마트에 가서
생강을 구입하기로 했다.
"설탕이나 꿀을 넣어서 만들 수
있는데 뭐가 좋겠어?"
"어~ 나는 꿀을 넣을래."
차이나타운에서 다시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잠시 산책을 하기로 했다.
켄싱턴 마켓의 골목골목을 함께 걸었다.
호스텔을 오가는 길에 항상 들렸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자주 갔던 곳이었는데,
찬찬히 둘러보니 또 다른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Kensington Market
34 Street Andrew Street
Toronto, ON M5T 1K6
www.kensington-market.ca
Kensington Market은
2006년 국립사적지로 지정된
토론토의 다문화 동네이다.
20세기 초 동유럽 이민자들과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만들어졌는데,
1920년대 유대인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유대인 시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마켓이라고 불리지만,
동네 이름일 뿐 실제 시장은 아니다.
세계 각국의 다국적 문화를 쇼핑할 수
있는 문화마켓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는 표현일 것 같다.
거리에 들어서면,
홍대와 이태원의 분위기가
조합된 듯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
각양각색의 빈티지샵과 다국적의
특이한 상점들이 즐비해 볼만한
구경거리가 많다.
"저기 벽화 좀 봐봐.
정말 재미있지 않아?"
다양한 벽화들이 도배되다시피
Kensington Market의 골목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Kensington Market에 가봐.
예술가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야.
네 프로젝트를 그곳에서 한다면 정말 좋을 거야."
이곳은 Melanie와 Luke가
벨우드 공원과 함께 추천했던 곳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는
분위기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내가 느끼기에는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널리 퍼져있는 관광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상업화된 홍대 거리와 이태원 거리처럼...
Jouhara와 호스텔에 돌아와
함께 생강차를 만들고
노닥거리던 우리는 방으로 돌아가
서로 초상화를 그려주었다.
초상화를 그리는 내내
머리를 묶고 있던 Jouhara는
완성된 그림을 보더니,
머리를 풀면서,
머리카락만 다시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완성된 그림을 받아 든
그녀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어느 날....
나는 그녀에게서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안녕? 친구~
잘 지내고 있어?
오늘 문득 네 생각이 나서
메일을 보내봐.
네가 그려준 그림 잘 보관하고 있어.
너는 분명 멋진 화가가 될 거야.
나는 믿어.
멋진 작품으로 다시 만나길 바라며~
파이팅!!!
P.S. 네가 유명해져서
그림 값이 오르면 정말 좋겠다.
LOL~~
cover image : ©Kevin. https://flic.kr/p/mbVmK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