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
#063 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오늘 저녁은 Distillery에서
맥주 한 잔 어때?"
Distillery District는
다양한 갤러리, 레스토랑과 카페, 멀티숍 등이
즐비한 토론토의 핫스팟이다.
거리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북미에서 가장 잘 보존된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로 평가받는 붉은 벽돌의 낡은 건물과
현대적인 감각의 숍과 갤러리들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과거와 현재를
함께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산책하는 즐거움과 함께 놓칠 수 없는
재미는 토론토 브루어리에서 생산되는
수제 맥주와 맛있는 음식들을 맛보는 일이었다.
©RECONCEP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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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NCEPTORDistillery District에는
Mill Street 브루어리가 있는데,
다양한 맥주 샘플들을 맛볼 수 있고
재미있는 맥주들이 많아 종종 찾아갔던 곳이다.
2002년 문을 연 이곳은
오가닉 맥주(Original Organic Lager)를
시작으로 현재 60여 가지의 개성 있는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다 마셔본 건 아니지만,
맥주 맛은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
특히 커피맛 맥주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calamity_sal. https://flic.kr/p/9N8m8Z
©James Westby. https://flic.kr/p/dpiNao사실 Distillery District는
한때 캐나다 최대의 양조공장이 있던 곳이다.
1831년 대영제국 시대,
영국에서 토론토로 이주한 James Worts가
토론토 강가에 커다란 풍차를 세우며
Distillery District의 서막이 열렸다.
영국에서 제분소를 했던 그는
토론토에서도 같은 사업을 시작했고,
이듬해 처남(?)인 William Gooderham이
합류하며 Gooderham and Worts
제분소가 만들어졌다.
나날이 번창하는 사업의 기쁨도 잠시...
창업 2년 뒤인 1834년,
Worts의 아내인 Elizabeth가 아이를
출산하다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서였을까...
슬픔을 이겨내지 못해서였을까...
그는 2주 뒤, 아내의 뒤를 따라
공장의 우물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Gooderham_and_Worts,_Canadian_Rye_Whisky.png#/media/File:GooWorts의 죽음 뒤에 사업을 떠맡게 된
Gooderham은 사업의 흑자에 힘입어
1837년 양조업에 손을 뻗으며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1859년 현재의 위치에 양조공장 단지를 만들었고,
양조업이 주력사업이 되면서 활황을 이어나가며
캐나다 전역에서 가장 큰 양조공장으로
온타리오에서 소비되는 위스키의
절반 이상을 생산할 만큼 성공을 구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 후반,
맥주와 와인이 인기를 끌며
위스키의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양조업의 성장세는 주춤하게 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금주운동이 확산되면서
1916년 Ontario Temperance Act는
온타리오 주 내에서의 알코올 판매를 금지했고,
양조공장은 온타리오 너머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1923년 이후 Gooderham and Worts
양조공장은 몇 차례에 걸쳐 매각되었고,
1990년 아쉽게도 1990년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생산을 멈추고 말았다.
©Mack Male. https://flic.kr/p/a8sXAR
©Rina Pitucci. https://flic.kr/p/ppvyt1이후 TV나 영화 촬영 장소로 사용되던 이곳은
2003년 Distillery Historic District라는
창의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버려진 그리고 잊혀진 역사적 장소를
재생하는 일은 보통 거리의 박물관을
짓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Distillery District는
단순한 역사지구로의 복원이 아닌,
특별하고 유니크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그것은 장소로 인식되어온 곳을
다시 공간으로 되돌리고
다시 장소로 회귀시키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인문지리학자인 이-푸 투안 Yi-Fu Tuan은
그의 저서 <공간과 장소>에서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공간(space)과 장소(place)로 나누었다.
그는 인간의 육체는 공간감과 장소감을
형성하는 토대라고 말하며,
공간과 장소가 지닌 의미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공간은
움직임, 개방, 자유, 위협, 역동적 변화
이질적, 낯선, 추상적
물리적 구성체
장소는
정지, 안정, 안전, 애정, 고요한 중심
친밀한, 구체적
공간에서 체험되는 삶의 총체적 서사체
쉽게 말해서
서울의 동대문운동장이 장소라면,
그곳에 만들어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공간이 된다.
공간은 인간의 직간접적인 체험에 의해
친밀한 장소로 변환되며,
장소에 고착되다 보면 다시 공간을 열망하게 된다.
언젠가 DDP가 동대문운동장처럼
장소로 인식되게 된다면,
그곳에서 다양한 경험이 누적되고
가치들이 부여된다면,
사람들은 또 다른 DDP,
즉 새로운 공간을 꿈꾸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 재생 혹은 공간 재생에
있어서 장소와 공간은 어떻게 구현될까?
누군가는 과거의 이야기,
그것이 만들어온 궤적을 좇아
복원하는데 열중하는 반면
누군가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며
미래로의 새로운 탐험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것의 복합적인 조합을 통해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Distillery District는 양자를 모두 취해
새로운 장소이자 공간을 구현해냈다고 생각한다.
Distillery District를 기획한 개발업자들은
사람들의 꿈에 영감을 주는 곳,
그리고 창조적인 사람들로 넘쳐흐르는
장소를 만들고 싶어 했다.
사람들이 마주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음식, 디자인
그리고 삶과 일의 새로운 방식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말이다.
유럽의 낭만과 여유, 창조적인 마인드와
뉴욕의 소호와 첼시처럼 역동적이고 힙한 공간을
토론토의 역사적 장소와 결합시키는 것이다.
과거의 장소에 단순히 트렌드를
접목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장소를 디테일하게 복원하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여,
수많은 장인과 19세기의 원자재들을 동원했고
과거의 복제가 아닌 현대적 감각에
맞게 되살려냈다.
지금 토론토의 Distillery District에 가면,
과거와 현재, 옛날과 지금의 드라마틱한 결합,
즉 빅토리아 시대의 건축과 21세기 디자인의
절묘한 만남과 조우할 수 있다.
9 Trinity Street, Suite 200, Toronto, Ontario M5A3C4
©Carsten. https://flic.kr/p/dTzcJ
©Suzanne Schroeter. https://flic.kr/p/bwqNee
©Mack Male. https://flic.kr/p/a8sXpi
©jareed. https://flic.kr/p/9yq3ap
©Lindsey Nicholson. https://flic.kr/p/fSCAG7
©Jason Baker. https://flic.kr/p/eKTk5W
©Mack Male. https://flic.kr/p/a8sX4n
©RECONCEPTOR
©RECONCEPTORhttp://www.thedistillerydistrict.com/
http://www.distilleryheritage.com/
* cover image : ©Ryan. https://flic.kr/p/9x4w4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