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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희 Jul 04. 2024

그래도 나는 내 방이 좋다

이 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다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은 음의 기운이라고, 언젠가 누군가가 말해준 이야기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은 손발톱을 깎고 머리카락을 자르면 좋다고 했다. 헤어지는 사람들이 머리를 자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악몽같은 날 이후 집안 물건을 싹 치웠다. 극단적인 미니멀리스트인 나에게도 또 이렇게 치울게 많았나 반성하게 될 정도로 꽤 많은 양의 물건들이 나왔다. 그야 이 좁아터진 방에서 살기 위해서는 물건들이 필요하고, 앗 하는 사이 필요없는 물건들이 치아의 치석처럼 달라붙기 때문이다. 


내 방은 10평짜리가 채 안되는 방이다. 집에 들어서면 내가 설치한 두 개의 분리수거통이 있고, 두 개의 큰 창이 집을 답답하게 하지 않는다. 그 중 도로쪽으로 난 큰 창문 앞에는 이 글을 쓰는 책상과 본가에서 가져온 아기자기한 선풍기와 작은 휴지통이 있다. 옷장, 작은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화구, 싱크대가 테트리스처럼 한 쪽 벽을 차지하고 있다. 화장실은 역시 작은데 창이 있어 곰팡이가 슬지 않는다. 


나는 이 10평도 안되는 방이 퍽 마음에 든다. 처음 이사하고 나서 집을 돌보기로 마음먹었다. 작은 접착식 헹거를 사서 조리도구를 걸고, 현관문 앞에다가는 자석 행거를 붙여 가방과 우산을 걸었다. 윗 쪽의 공간을 쓰기 위해 DIY로 작은 발 스툴을 사서 조립했고, 두 개의 분리수거통 등을 샀다. 내 집에 오는 사람들에게 차를 대접하기 위해 찻잎과 작은 다과를 사기도 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환영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음악은 항상 바흐로 틀어놓고 가끔 향을 피우기도 한다. 우체통에 온 지로고지서를 맨 먼저 처리하는 것도 내 일이다. 제일 좋은 점은 이 집에 있는 어떤 물건 중에서도 필요하지 않은 녀석이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제 할 일을 다 하는 방..


나는 이 집이 좋다. 이 집이 얼마나 좋으냐면 가급적이면 시험에 합격하고도 이 집에서 계속 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다. 내 나이 30대의 친구들은 최소 방 두개는 있고 20평은 되어야 사람이 사는 인간적인 것을 보장받는다고 하던데, 이상하게도 나는 딱 이 만한 이 방이 나에게는 적당하다. 딱 나의 몸과 정신이 정확하게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욕조가 없는 것은 아쉽지만 그것까지 바라기엔 차라리 찜질방을 가면 되니까. 중요한 요지는 내가 이 공간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콤팩트하게 정리할 생각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나의 옆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이 집을 사랑하며, 글쓰기를 사랑하며, 내가 하는 공부와 꿈을 사랑한다. 그런 소중한 것들에 정신과 에너지를 전부 쏟아넣을 것이다. 사랑은 한 번 준다고 끝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애정과 관심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나에게는 낭비할 사랑이 없고 과거의 사람이나 주변의 헛된 것들에 사랑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변수를 줄이고 주변에 사랑을 쏟는 일은 마치 매일 해야 하는 설거지처럼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오늘은 밤을 샜다. 정신건강 때문이었다. 결론이 좋게 나서 다행이다. 새벽의 초시계가 따끔따끔 달라붙는 어떤 새벽이라도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이제 씻고 나가야지. 나가서 오늘의 일과를 처리해야지. 오늘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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