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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희 Jul 26. 2024

글 쓰기의 즐거움

정확히는 피드백의 즐거움

 제희가 처음으로 글을 쓴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제희의 방에는 286 컴퓨터가 있었다. 당시의 기준으로도 고물 컴퓨터였다. CD게임이 유행하는 당시였지만 컴퓨터에서 인식되는 건 플로피 디스크였던 컴퓨터, 게임도 <너구리>, <페르시안의 왕자> 같은 것들만 돌아가는 조악한 컴퓨터는 곧 제희를 질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언젠가 아무 생각없이 도스 입력창에 아래한글 명령어를 쳤던 것이 시작이었다. 글에는 제한이 없었고 무엇이든 쓸 수 있었다. 나를 따돌리는 사람들에 대한 저주도 왜 이렇게 태어났냐는 비난도 할 수 있었지만 제희는 아주 예쁜 글들만 쓰고 싶었다. 당시 제희가 빠져들었던 것은 <소피의 세계> 도입부와 <안네의 일기>였다. 은신처에서 비일상적인 일들이 일어난다는 설정이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썼던 소설은 '셀레나의 모험'이라는 동화였다. 지금은 제희도 그 내용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은 중학교 1-2학년 때 쯤이다. 당시 집의 컴퓨터는 두 대였는데 하나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았고 어머니의 서재에만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었다. 제희는 어머니가 잘 때 몰래 살금살금 들어가 어머니의 컴퓨터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게임 팬 창작물이었다. 막 조아라라는 사이트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즈음이었다. 글을 써서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올린 것이었는데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때 제희는 평생에 가장 좋은 쾌감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글에 만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과는 상관없이 누군가가 글을 주고 소통을 하는 것이 좋다는, 그런 쾌감.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글을 잘 봤다는 댓글이 달리면 제희는 자기가 칭찬받은 것마냥 마냥 좋았다. 


 그러던 중 제희는 모 작가의 글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글을 잘 쓰지.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을까. 충격에 빠진 제희는 그 사람의 글을 모조리 찾아다가 어절을 외워가며 읽었다. 글에는 호흡이 중요하다는 걸 그 때 알았다. 곧 제희에게 글에 대해 구조적인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잘 쓰는 글을 처음으로 쓰고 싶어졌다. 댓글이 아니라, 어떤 반응과는 상관없이 좋은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 


 글을 쓰는 일은 천직이었다. 재능이 없을 뿐이었다. 20대 때는 글만 생각하면 머릿속에서 불이 같았다. 제희는 계속해서 글을 썼다. 판타지도 쓰고 수필도 쓰고 때로는 산문도 썼다. 글을 쓴다는 자체가 좋았다기보다 글을 쓰면 댓글이 달리고 좋아요가 눌리는 쾌감이 강했다. 제희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글로 도피하는 특성이 있었다. 기실 어느 정도는 좋은 일이었다. 술을 퍼마시거나 해로운 관계를 맺는 일보다는 나은 일이었으니. 돈도 들지 않았다. 불안이나 압박감이 올 때면 제희는 컴퓨터 노트북 앞에 앉아 음료수나 커피를 옆에 놓고 하루종일 지치지도 않고 몇 시간이고 글을 썼다. 글은 다양했다. 웹소설이 되기도 하고 브런치 글이 되기도 했으며 일기가 되기도 하고 가끔씩은 뻘글이 되기도 했다. 어떤 글이든 좋았다. 제희는.


 요즘 제희는 약간 그런 상태에 빠져있다. 공부하지 않는 모든 쉬는 시간을 글쓰기에 투자하고 있다. 댓글이나 좋아요가 눌리는 쾌감 때문에 글을 쓰고 있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쪽이 건강하다면, 분명 지금은 건강한 상태는 아니다. 지금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누구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져있으면 각자의 방법으로 헤어나오기 마련이고, 어느 정도 동굴에 있다가 다시 기어나와 현실을 살 것이다. 그 때까지만, 글은 나를 지탱해주고 나도 글을 지탱할 것이다.


 그래서 독자분들께 질문합니다. 혹시 어떤 글감이 있을까요? 보시고 싶은 글감이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신다면 글로 써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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