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대중교통을 타고 집으로 들어가기 힘든 날이 있다.
그런 날이 있다. 나는 원래 택시를 타는 일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택시를 탄다는 행위에서 그 사람의 많은 것이 읽힌다고 믿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그 사람의 재정습관이 보이고 두 번째로 그 사람의 시간관념을 읽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인 편견이란 건 안다. 그렇지만 그날은 택시를 탔다. 차마 대중교통을 타고 집으로 가기에는 무거운 날이 있다. 붙인 머리카락과 힐이 무거웠고 잘 꾸민 옷차림은 너무나 촌스럽게 보인 날. 나는 상수에서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한 참 기다리는데 택시는 오지 않았다. 지쳐 있어서 서 있기도 힘든 날이었는데 택시는 자꾸 골목골목을 돌았다. 3분 거리에 있던 택시가 내 앞으로 오는 데 15분이 걸렸다. 동작으로 가시는 거 맞죠? 운전사가 물었다. 나는 대답하기도 힘들어 그렇다고 대답하고 입을 다물려고 했다. 말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택시 기사가 푸념을 했다. 그 상수 골목에 있으면 내비게이션이 이상하게 휘어요. 그래서 손님들이 저희에게 화를 내고, 저희는 죄송하단 말을 해야 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뒷좌석에서 택시기사의 내비게이션을 바라보았다. 진짜로 내비게이션이 자꾸 헛돌았다. 인터체인지에서는 자꾸 뱅뱅 택시가 돌았다. 택시 기사는 당황한 듯 말했다. 도청하나? 진짜로 이렇다니까요. 택시 기사는 내 눈치를 자꾸 봤다.
결국 택시는 3000원 정도의 거리를 더 돈 후에 집 근처로 왔다. 도착하기 얼마 전 택시 기사가 말했다. 손님. 제가 내비게이션 실수로 삼 천 원어치를 더 돌았어요. 그 값을 빼드릴게요. 나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 택시기사는 나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서 억지로 빙빙 돌았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정말로 미안한 듯 먼저 나에게 먼저 택시비를 빼 준다고 말했다. 나는 그 순간 두 가지를 알았다. 첫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몇 백 원의 택시비를 두고 그를 많이 힐난해 왔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로는 그가 양심적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나는 그날 지쳐있었다. 하지만 더 지쳐있던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나는 사람에게 다정하고 싶었다.
나는 말했다. 기사님. 제 상사는 제가 실수를 해도 용서를 해 주신답니다. 택시기사님께서 먼저 값을 깎아주신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저 택시비 안 깎아주셔도 될 것 같아요. 오늘 내비게이션 때문에 기분 나쁘셨을 텐데 적은 돈이지만 기분 푸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택시기사님 쪽에서는 말이 없다가 그런 말씀을 하셨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도 있군요. 곧 내가 내릴 곳이 다가오고 나는 택시에서 내렸다. 안녕히 계세요. 택시 기사님은 한 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늦은 밤, 택시를 타는 고단한 사람들과 고단한 택시 기사의 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그래서 댓가를 바라지 않는 선의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모두 고된 삶을 산다. 내가 누군가에게 다정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일 내가 삼 천 원을 아껴야 할 상황이었더라면 깎아달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 여유가 나에게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 일은 그냥 사소한 일이었지만 나는 분명히 사람에게 선의를 보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사람에게 선의를 보이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