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물고기 | M87수인
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에요.
아, 멋진 우연을 알려드릴까요? M87로부터 떠나오던 그날, 달이 막 눈을 감으며 잠에 들던 초하루. 그날은 제가 태어난 1987년 9월 21일 새벽과 같았어요. 그믐달이 초하루를 예고하는 시간에 태어났거든요. 게다가 2019년 처음 관측된 블랙홀인 M87은 제가 태어난 별자리인 처녀자리 운하에 있답니다.
이제 저는 백호를 타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꿈을 꾸고 있어요.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당신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꿈과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꿈꾸는 자여
그대는 바람이 불지 않아 물결이 일지 않으면
존재하는 것 조차 알 수 없을만큼
투명한 호수입니다.
그대의 꿈은 훤히 다 들여다보이기에
오히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위험한 정직함입니다.
이 위대한 꿈의 세계는
투명함의 깊이와
정직함의 무게가
숨이 멎도록 경이롭습니다.
꿈꾸는 자여
누군가에게는 당신의 꿈이
어리석을 수도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대가 눈을 감아 고요하면
세상은 꿈을 잃고 빛을 잊을 것 입니다.
기필코
그대의 눈에 담긴 투명한 호수에
한 낮의 달을 비추고
위험한 정직을 내보여주세요.
간곡히, 간곡히 부탁합니다.
2017년 8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