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말한 그 진심이 통하는 세계에 나도 발을 딛고 싶은데,
나를 둘러싼 세계는 마치 당신의 세계와 평행을 이루는 곳 같아.
모든 게 반대야. 뒤집혀있어. 닿을 수 없어.
그래, <기묘한 이야기>에 나오는 그 반대편 세계같이 말이야.
분명 당신과 나는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데,
내가 사는 세계는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하고 진심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도 나름 적응하고 있어.
저 얼굴 없는 괴물로부터 도망 다니며 빛과 색의 부재에 적응하고 있어.
하지만 언제 잡아먹힐지 몰라.
만일 나는 당신이 있는 세계로 갈 수가 없는 거라면,
차라리 빨리 잡아먹히고 싶기도 해.
괴물의 거친 소리가 귓가에 닿을 때마다 고민해.
그냥 이대로 죽는 게 나을까.
어느 때엔 숙주가 되어 또 다른 괴물이 되어버리고 싶기도 했어.
하지만 그것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닌 걸 알아차렸고,
다시 도망이 시작되었어.
이곳에서 조차 늘 도망자야. 나는.
당신이 날 데리러 왔으면 좋겠어.
날 그 세계로 힘껏 당겨주었으면 좋겠어.
당신의 존재는 강력하니까.
당신이 이 세계에 함몰되어 살던 나에게 당신을 알고 당신을 향하고 당신의 세계를 동결할 수 있게 했잖아.
이 곳을 떠나지 않는 습기 때문에 눈물을 잊은 지 오래였어.
그런데 나, 다시 눈물이 흘러. 온기를 잃어가는 몸이 끓여낸 마지막 눈물.
그 뜨거움이 느껴져. 당신을 알고서.
그러니..
제발, 날 구해줘.
이게 꿈이라면 깨워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