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 기록 : 용기
# 철봉 > 포토샵 도장 툴 > 어쩌지 > 반복하며 밀려오는 막막함 > 한걸음 > 하루 한 줄 쓰기 > 노래하라 아무도 듣지 않는 것처럼 > 나선형을 그리며 > 양자, 양가감정, 중첩
이전에 공부의 신이 올린 영상의 짤을 본 적이 있다. 철봉에 1분씩 매달리기 시작해서 점차 철봉 운동을 잘 해내기까지를 보여준 짤이었던 것 같다.
최근에 포토샵으로 합성작업을 하는데, 도장 툴로 미세하게 조정하며 시작해서 작은 부분의 배경으로 큰 부분을 모두 덮어야 했다. 브러시 툴로 작업을 하면 어색하기 때문에 도장툴로 시작해서 브러시 툴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작업해야 한다. 처음에는 너무 귀찮았는데, 이런 작업들은 대부분 처음에만 귀찮지 하다 보면 재밌다.
무엇이든 작은 것에서 출발할 때 부담이 덜하다. 무언가가 다 준비된 채로,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면 좋았겠지만. 모든 장비가 다 갖추어진 채로 시작한다면 참 좋겠지만. 명중하기 위해 총알이 충분하고 명중을 위한 노력의 기간이 충분하다면 참 좋겠지만. 대체로 내 삶은 그런 일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그래서 이미 준비된 채로 시작하는 이들을 부러워한다. 그리고 이미 명중하고 있는 이들을 보며 나는 발발 떤다.
"어쩌지.. 어쩌지..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는데. 아.. 난 이것도 저만큼은 못하는데. 아 그래도 이건.. 아, 아니야.."
반복하며 밀려오는 막막함은 파도처럼 내 마음에 축축하게 자국을 남기고 떠나가곤 한다. 막막함은 뒤로 물러났지만 남아있는 자국에 정신이 팔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면 뭐 하겠는가. 막막한 파도가 밀려오면 내 감정 모래 한 줄 내어주고 함께 물러가도록 해야지. 조금 막막함에 적셔졌더라도 다른 파도가 밀려오기 전에 한 걸음이라도 더 내디뎌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의식의 흐음 기록 전시관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한 게 하루 한 줄 쓰기이다. 글을 다시 쓰는 것도 너무 막막했으니까. 일기 한 바닥 쓰는 게 숨이 막힐 정도였으니까.
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떠오르는 대로 술술 써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늘 내가 쓰는 언어로.
아무도 듣지 않을 때 잘하려 노력하지 않고 노래를 흥얼거리듯이-
노래하라 아무도 듣지 않는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내 의식은 언제나 한 단어나 문장 같은 것을 꼭지로 이리저리 유영하고 질문하고 답변한다.
내 용기는 나선형을 그리며 의식의 수면 위로 올라오는 중이다.
걷다 주저하다 걷다 주저한다. 너무 주저앉아있었기 때문에 어색하다.
기필코 어느 날 엔간 근육이 붙어 쉬지 않고 걸을 수 있겠지.
그리고 어느 날 엔간 걷는 게 쉬는 게 되겠지. 뛰고 있을 테니까.
어쩌면 그때는 뛰다 멈추면 고꾸라질까, 멈추는 게 더 두려울 수도 있다.
무엇이든 양자의 개념을 갖고 있다. 양가감정이든 중첩 상태이든. 난 양자개념을 늘 생각한다. 미래를 한 껏 두려워했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습관대로 비관하려는 상태가 오면 늘 양자개념을 생각한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어떤 에너지로 그것을 그리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내가 바라고 믿는 대로 될 거라 착각하진 않는다. 그건 망상이고.
다만, 일어나지 않은 일에 지레 겁먹지 말 것, 그렇다고 과도한 기대를 품을 필요도 없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닌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