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를 알 수 없는 물 속이다. 아니 어둠이다. 아닌가? 물인가? 대체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더라? 여기서 나는 살아서 나갈 수 없다.
빛. 하나.. 둘.. 껌.. 뻑.. 이네? 저 레몬색으로 빛나는 눈에 아래위로 긴 눈동자는 자두빛 보라색으로 나를 응시한다. 왜지? 아니, 누구지?
‘날 찾았잖아’
‘내가? 널? 네가 누군데?’
앞이 가물가물하다. 눈이 감겨온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고 저 눈동자는 누군지 모르겠다. 괴롭다. 아닌가..? 괴로운 게 아닌가?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죽는 게 두려운가? 두렵다기보다는 후회스러운 것에 더 가깝다. 죽어가는 마당에 대체 뭐가 후회스러운가. 이제 곧 끝일 텐데.
‘아..’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솔직함.
누가 그랬던 것 같다. 가장 위험한 순간에 솔직함을 떠올리라고. 부르는 것도 찾는 것도 아닌, 떠올리는 것. 아 내가 떠올린 건 솔직함이다. 내 감정에 대한 솔직함이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후회스럽다. 하지만 내게 숨이 남아있지 않다.
솔직함을 떠올리고 찰나가 지나자 내 숨과 내가 잠겨있는 이 물과 어두움과 레몬색으로 빛나는 눈자위까지 저 자두빛 보라색의 눈동자가 모두 잡아먹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눈을 떴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