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뮤지컬.
연인들이 괜시리 더 로맨틱해지는 빼빼로데이라지만 나는 온전히 그를 제대로 만나고 싶어 간만에 시간이 생긴 오늘, 혼자만의 티켓을 예매해뒀었다.
뮤지컬의 퀄리티를 떠나 ‘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로서 울컥하기도,
그런 ‘그’에게서 내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왜 그에게 빠져있는지 오늘도 느낀다.
자존감 낮고, 이상적이고, 감정적이며, 이기적이다가도 한없이 마음이 약하다.
약하지만 강하고, 강하지만 약해지기도 한다. 내가 그와 닮았다고 느끼는 모습들.
공연이 끝나고 어느덧 밤에 접어들었지만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기엔 내 상태가 지나치게 멜랑꼴리하다.
또 시작된 거다.
나는 감정이입을 과하게 하는 병이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래 전부터 미뤄오던 ‘책바’라는 곳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자주 즉흥적인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미뤄오던 곳을 애매모호한 감정상태를 핑계로 갑작스레 가게 된 셈이다.
우리 집에서나 공연장에서나 거리가 참으로 애매했던 그곳.
읽던 책조차 챙겨오지 않은 날이라 비치되어 있던 책들 중 이병률 작가의 ‘ 끌림’을 만나게 되었다.
그의 책을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그리고 오늘 마주한 반 고흐가 자꾸만 떠올라서 누군가 툭 치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참 아슬아슬한 감정을 안고 그곳에 앉아있었다.
친절한 사장님의 감기 조심하라는 정성담긴 배웅에도 고개만 숙였을 뿐이었다.
그 분에겐 내가 수많은 손님들 중 하나였겠지만, 나에겐 오늘 하루 중 와인과 책을 주신 유일한 분이기에 괜시리 미안하기도 했고.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막차시간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시던 와인은 조급해진 내 손에 의해 마지막은 원샷이 되어버려 아깝다.
(내 입엔 되게 부드럽고 맛있어서 설렜던 와인이었는데)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아쉬움을 누르고,
조금은 진정된 내 감정을 더 누르며 쓰는 이 기록이 언젠가 나에게 차분한 하나의 추억이 되어있기를.
p.s. ‘책바’는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과하게 넘쳐버린 내 감정때문에, 그리고 조용한 그 곳의 분위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술병과 불빛으로 가득한 그곳을 한 장도 찍지 못했다.
아니, 찍을 생각도 미처 하지 못했던 게 정확한 듯하다.
그나마 마음에 담아두고 싶던 책의 어느 한 페이지만 찍어뒀을 뿐.
다음엔 내가 읽고 있는 책과, 여유로운 감정과, 적당한 감기 기운을 가지고 다시 가볼 생각이다.
(그곳의 뱅쇼를 맛보기 위해. 뱅쇼를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