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의 마지막 날부터.
예전 같았으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고 설레느라 잠 못 이뤘을 거다.
이번엔 달랐다.
드디어 기약 없는 제주에서의 삶을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기대와 설렘으로 잠 못 이루지 못한 날은 없었다.
설렘 대신 밀려오는 건 안도감. 덜 울고, 덜 우울해하고, 조금이라도 더 잘 잘 수 있을 거라는.
" 제주도에 사니까 좋아? 행복해? "
이제 막 제주로 완전히 내려와 살기 시작한 나에게 지인들이 묻는다.
그렇다.
나는 분명 제주도가 좋았고, 머무는 동안 늘 행복했기에 틈이 생길 때면 무슨 법칙이라도 존재하는 양 이곳으로 놀러 왔다.
별별 일들이 생겼음에도 여전히 제주도를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꼽고, 하루하루가 행복한 건 변함없다.
그저 그 위에 약간의 먹고살 궁리와 약간의 현실감 정도를 얹어야 할 때가 왔을 뿐.
무작정 좋으려고, 마냥 행복만 하려고 이곳에 살러 내려오진 않았다.
사람 사는 거 어차피 다 비슷할 거고, 서울에서 일하나 제주에서 일하나 어떠한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비슷할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서, 그런데도 행복해서 이곳에 온 것이다.
대단한 행복을 찾으러 왔다기보다는 내 안에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더 이상 잃지 않으러 온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비긴 어게인.
새로운 시작.
이제 이곳 제주에서 정말 온전히 나를 위한 새로운 시작을 해보려 한다.
새로운 집과 새로운 일터에서의 시작보다 내 마음을 위한 시작에 치얼쓰.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자유를 지키는 것이 목표다.
예전에 제주도 어느 카페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에서 읽었던 글.
책 제목을 가려놓고 진열해 놓는 곳이라 제목도 보지 못한 채 단숨에 읽었다.
독립책방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모아놓은 책이었는데 저 말을 읽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
나는 지금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