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를 좋아한다. 사실 한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한 글자인 단어가 많은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인데, 그들의 공통적인 속성을 찾다 보니 이렇게 말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고 나면 자연스럽게 ‘단어’란 무엇인가 찾아보게 된다. ‘단어’란 자립하여 쓰일 수 있는 말의 단위라고 한다. '단어'라는 단어와 그 정의조차 ‘단위’라는 두 글자로 이루어진 말인데, 한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는 한 글자로도 자립하여 쓰일 수 있다니 퍽 기특하다.
한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의 예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봄. 밤. 달. 별. 해. 꽃. 잎. 손. 물. 술. 빛, 숲, 꿈, 눈, 풀, 삶.
이 중에는 가만히 바라만 보아도, 혹은 작게 소리 내어 말하기만 해도 어딘가 정신이 아득해져 오는 것들이 많다. 가장 짧지만,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들여다보고 생각할 수 있는 단어들이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게으른 나는 숨이 가빠지는 일이 잘 없지만, 아주 가끔 숨이 가빠질 때 한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들을 하나씩 하나씩 왼다. 한숨에 한 글자, 한숨에 온전한 한 단어를 내뱉고 나면 어느새 모든 것이 안정 된다. 나는 한 글자로 이루어진 이 어여쁜 단어들을 정말 좋아한다.
봄. 밤. 달. 별. 해. 꽃. 잎. 손. 물. 술. 빛. 숲. 꿈. 눈. 풀. 삶. 나. 너. 그. 품,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