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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May 25. 2023

계절마다 급성편도염 앓는 걸 좋아해요.

나는 급성편도염이 걸리는 내 몸을 좋아한다. 병에 걸려 아픈 상태를 좋아한다니 변태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엄마를 닮아 목이 약한 나는 스무 살이 되고부터 늘 겨울에서 봄,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이 되는 때에 급성편도염을 앓았다.


중고등 학생 때도 목은 똑같이 약했을 텐데 왜 스무 살부터 매년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엄마 같은 어른이 되어서 인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음주와 가무를 끝내주게 즐긴 때문인지 병리적 원인을 알 수는 없다. 아무튼 급성편도염은 여러 원인에 의해 면역력이 저하되었을 때 발생하는데 (그렇다면 첫 번째 이유는 다소 감성적이고 두 번째 이유가 유력하다), 대부분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발생하고 온도변화가 심한 환절기에 주로 발생한다.


환절기마다 급성편도염을 앓는 나는 오한에 시달려 계절에 관계없이 옷을 껴입고, 식욕이 없어 밥을 먹지도 못하고, 손발 끝까지 체력이 떨어져 너덜거리는 몸으로 겨우 병원에 간다. 언제나처럼 충분히 쉬고, 밥과 약 그리고 미지근한 물을 잘 챙겨 먹으라는 소견을 듣고 집에 돌아와 누우면, 계절에 맞지 않는 오한을 앓는 동시에 열에 달 뜬 몸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이렇게 매번 추위와 열을 동시에 겪으며 계절의 변화를 예민하게 느끼는 내가 좋다고.


지난 약 3년의 팬데믹 시절, 언제나 마스크를 잘 착용하며 손발을 깨끗하게 씻은 덕분에 급성편도염을 앓지 않았다. 급성편도염에 걸리면 온몸이 꽤 아프기 때문에 다행인 동시에, 전 세계 축제와 함께 계절마다 치르는 나만의 행사까지 무기한 연기되었다는 생각에 퍽 서운하기도 했다.


얼마 전 내가 사랑하는 싱그러운 초록이 휴대폰 앨범을 차곡차곡 채우고 있을 무렵 따끔- 목이 아팠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통증, 세상에 이건 분명 급성편도염이다! 어디가 아파 오셨어요? 하는 간호사 선생님께 급성편도염으로 왔습니다. 어제부터 목이 칼칼하더니 아침에 침을 삼킬 때 통증이 있었어요. 그간의 짬으로 프로페셔널하게 증상을 이야기하고 대기실에 앉아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휩쓸어도 싱그러운 초록은 늘 계절을 잘 찾아오는 것처럼, 겨울에서 봄,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앓는 나의 예민함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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