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무언가를 지운다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다.
클릭 한 번, 말 한마디, 돌아서기 한 걸음이면 된다.
그보다 어려운 건, 비워진 자리를
억지로 채우지 않는 일이다.
정리를 끝낸 자리에 허전함이 밀려올 때,
나는 자주 그 빈틈을 가만히 바라본다.
뭔가로 채우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그 공간이 나를 조금 더 숨 쉬게 해 주길 기다린다.
사람도 그렇고, 감정도 그렇다.
떠난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비슷한 사람을 찾고,
익숙한 감정을 다시 꺼내 그 자리에 눕히고 싶어 지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더 어지러워진다.
어느 날 문득 알게 됐다.
비워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빈자리를 비워진 채로 남겨두는 일,
그걸 견디는 시간이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예전엔 공백이 싫었다.
대답 없는 메시지, 회신 없는 하루,
텅 빈 시간과 대화 속의 정적이 버거웠다.
그런데 요즘은,
그 공백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
비워야 새로운 것이 들어온다고들 말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저
‘비워두는 것 자체’를 연습해야 할지 모른다.
그 자리엔 아무것도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괜찮은 상태로 있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평안에
더 가까운 모양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다시 채우기 전에,
한 번쯤은 비워둔 채로 지내도 괜찮다.
그 자리에 머물던 것들을,
조금 더 깊이 기억할 수 있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