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마지막 언덕일지도

by 지훈

행복이란 말이 때때로 낯설게 느껴진다.

너무 멀거나, 너무 조용하거나,

때론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히려 불행은 더 자주, 더 가까이 다가왔다.

말 한마디에 무너지고,

계획 없는 하루에 마음이 헝클어지고,

아무도 모르게 참아내야 했던 시간들.

그건 나에게 익숙한 감정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불행은 늘 좋은 사람들에게 찾아올까?”

착하고, 성실하고, 누군가에게는 늘

잘해주던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잦은 고비들이 찾아오는 걸까.




그 물음 끝에, 아주 조용한 한 문장이 마음을 눌렀다.

“불행은 다음 계단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마지막 언덕일지도 몰라.”


행복은 늘 조용히 오고,

불행은 마지막까지 우리가

그 자리를 버티는지를 시험하듯 찾아온다.

버티는 사람의 가장 끝자락에,

사실은 가장 가까운 변화의 문턱이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지금 나에게 닥친 불행도,

누군가의 외면처럼 느껴지는 오늘도

사실은 다음을 향해 가는 정중한 예고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이 언덕을 넘고 나면,

그동안 내가 참아낸 모든 이유들이

조금은 따뜻하게 설명될지도 모르니까.




버틴다는 건

언젠가 행복해지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지금의 불행에도 의미가 있을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 일이다.


불행은 그렇게,

때때로 조용히 다가와

우리를 다음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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