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있는 것 같아?
“요즘 어디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웃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조금 느리지만, 분명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라는 걸.
요즘은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왜 이 방향을 선택했는지.
그저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 길에 대해서 말로 해명하듯 풀어내고 싶진 않다.
며칠 전, 아무 말 없이 연습실을 예약했다.
대단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여줄 결과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날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조용히, 혼자서 무대를 상상하며 연습을 했다.
그게 누구에게는 무의미해 보여도,
나에겐 분명한 걸음이었다.
사람들은 빠르고 분명한 결과를 좋아한다.
가시적인 것, 수치로 설명할 수 있는 것.
물론 나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은
결과보다 의미를 붙들고 있는 길이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이 길이 왜 나에게 중요한지 안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하나를 꼽자면,
나의 자존감을 채워주기 때문인 듯하다.
낮에는 현실을 살아내고
밤에는 조용히 나만의 것을 품는다.
때로는 방향이 맞는지 의심도 들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 작게 새긴다.
“나는 지금, 내가 믿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꿈은 말하지 않아도 빛을 잃지 않는다.
작은 확신은 흔들리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지라도,
내가 알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누군가는 그걸 ‘외롭다’고 말할지 몰라도
나는 이제 안다.
이 조용한 고백 같은 길 위에,
나라는 사람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