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추적되지 않는 날

by 지훈

감정이 추적되지 않는 날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행사 주간이라 야근을 했고,

늘 하던 일이라 그다지 힘들다고 느끼지도 않았다.


그런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가 몰려왔다.

‘왜 힘들까?’ 싶어 감정을 따라가 봤다.

딱히 마음을 어지럽힌 일은 없었고,

오히려 평탄했던 날이었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

감정을 추적하다가 이내 포기하고,

맥주 한 캔과 매운 새우깡을 집어 들었다.

오랜만에 영화를 틀었지만,

영화를 봐도 맥주를 마셔도 풀리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 감정은 오랜만이라 더욱 낯설었다.


곱씹고 또 곱씹었다.

그런데도 마음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이게 외로움인지, 공허함인지 나도 모르겠다.

많이 건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유 없는 불안쯤은 괜찮다고 넘겼는데,


어제만큼은 그 모든 게, 조금 더 짙었다.


쪽잠을 자고 아침에 다시 출근했다.

오늘도 버티기 위해 글을 써 본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서른 즈음에 다가오는 불안이란 건 소용돌이 같다.

헤쳐 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빨려 들어간다.

눈앞에 놓인 숙제들,

내가 감당해야 할 현실이

생각보다 크고 무거웠구나.


음악을 배워본 적도 없는 내가

무대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현실과 부딪히는 것도

어쩐지 마음 한쪽이 아렸다.




그러면서 지나간 시절을 자꾸 돌아보게 된다.

그때, 욕망을 조금만 줄이고 멈췄더라면,

조금 더 오래 꿈을 꿀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글로 써 내려가며

훌훌 털어낸다.


그리고 다시,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며

오늘도 버텨본다.


매거진의 이전글불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