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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방울 Apr 10. 2018

거식증을 놓지 못하는 당신에게

이젠 더 이상 다이어트가 문제가 아니에요, 그렇죠?

섭식장애가 지긋지긋하지 않나요?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음식을 즐기고 어울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부럽지 않아요? 강박적인 습관들에 얽매여 있는 자신이 싫지 않아요? 남들은 못하는 걸 나는 하고 있다는 우월감이 들겠지만, 그러므로 인해 남들이 쉽게 하는 것들을 못하고 있지 않아요?

거식증이 있어서 나 자신을 그 누구보다도 잘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잘못된 생각입니다. 거식증이 당신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거예요. 대부분의 식이장애 환자들은 가족이나 학교, 직장, 등등 환자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문제들 대신에 내가 뭔가 해볼 수 있는 -- 먹는 것을 통제한다던지 운동을 심하게 한다던지 -- 잘못된 방식으로 대신 만족감을 얻는 과정을 통해 섭식장애가 발병하곤 합니다. 특히 거식증 환자들은 거식증을 통해 최소한 자기 자신만이라도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어 해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섭식장애가 당신을 휘두르고 있는 겁니다. 정말 진심으로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면, 원할 때 먹을 수 있어야 하고, 운동이 하기 싫을 때 안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몸이 다쳤으면 쉬어야 하고, 배고프면 먹어야 하죠. 근데 그게 아니잖아요. 몸이 부서질 것 같아도 운동을 가고, 누가 좀 멈춰 줬으면 싶은데 그러질 못하고. 내가 나를 돕지 못하면 누가 나를 돕죠?

거식증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는 게 두렵죠? 거식증을 손에서 놓고 나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죠? 이런 생각들은 이미 거식증이 당신을 씹어 삼키고 있다는 증거예요. 하루하루 고독하게 거식증에게 휘둘리며 살아가는 삶이 굉장히 외롭지 않나요? 외로운 당신을 위로해주러 거식증이 찾아왔다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거식증 때문에 당신의 삶이 외로워 진 거니까. 거식증을 앓기 전의 당신은 굉장히 풍부한 사람이었을 거예요.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있고, 취미 생활을 즐기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식이장애가 심해지면서 점점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도 하나 둘 잊고, 주변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못했을 거예요. 다시 찾아야죠. 지금 당신에게 거식증 밖에 남아 있지 않다면, 거식증을 놓은 후에는 다른 모든 것들이 다시 돌아올 거예요. 형형색색의 인생을 다시 되찾고 싶지 않나요?


사실 거식증을 앓고 있는 당신에게 길은 두 가지밖에 없어요. 첫째는 치료를 받고 나아지는 것이고, 두 번째는 끝이죠. 알고 있잖아요? 몸무게가 줄고 줄고 끝없이 줄다가 언젠가는 당신의 몸이 포기하고 말 거예요. 지금 이미 자기 자신의 내장들을 파먹고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을 텐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지금 당신의 몸은 아파하고 있어요. 당신의 정신과 몸이 따로 놀기 시작해서 정신이 몸을 마구 괴롭히고 있어요. 조금만 더 아껴주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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