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을 위한 어느 인사담당의 조언
우리나라만큼 출신 대학을 따지는 나라가 또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떤 공직의 자리에 새로 오른 분들이 언론에 소개되는 것을 보면, 그분이 몇 년생인지 그리고 어느 학교를 언제 졸업했느냐가 제일 먼저 소개됩니다.
신문기사에 그분의 사진 밑에는 늘 몇 년생인지 그리고 어느 학교 몇 학번인지가 먼저 나옵니다.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지 3,40년도 넘었을 나이의 분들이 어느 대학 무슨 과를 몇 년도에 졸업했는지가 그 사람을 소개하는 첫마디로 들어야 하다니,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그 사람이 쌓은 경력과 업적을 소개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 사람이 평생에 걸쳐 어떤 것을 달성하고 기여했는지를 먼저 내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분들이 대학에서 공부했을 때의 지식 중 상당 부분이 지금은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는 내용들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출신 대학이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우리의 사회관습은 과연 정상인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이와 비슷한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국적 기업과 국내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저는 양쪽 회사의 너무나 다른 문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에서는 수년을 같이 근무한 동료들 사이에서도 상대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굳이 알 필요도 없고, 들어도 별 관심 없이 흘려서 듣기 때문에 기억을 잘하지 못합니다. 정말 유명한 대학을 나온 분들에게는 “와우, 그랬어?” 정도이고, 그러고 나서도 그다지 그것이 그 사람을 상징하는 의미로 유지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사회처럼 출신 대학의 명성이 그 사람의 후광효과로 계속해서 작용하는 것을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출신 대학보다는 경력과 능력이 그 사람을 대신 설명하는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어느 CEO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한 분야에서 10년이 넘는 탁월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고,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나와서 창업을 하여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장을 보이고 있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에 투자를 검토하는 투자자들을 만나서 기업설명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면, 사업의 독창성과 기술력에 놀라면서도, 대표인 자신의 학벌을 보고는 반응이 별로 신통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 어떤 분야보다 창의적이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사업내용과 가능성이 주된 평가가 되어야 하는 벤처업계에서 오히려 다른 분야보다 더 심하게 학벌부터 따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소위 이름이 잘 알려진 대학을 나오지는 않았지만 경험과 열정으로 기업을 일으킨 경영자들이 얼마나 많은 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겪었던 싸워야 했던 사회적 편견과 그들이 인내한 고통은 본인들이 아니면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직장생활을 좀 한 사람이라면 사람을 면전에 두고 출신학교를 따지는 사람들을 누구나 한 번은 경험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직장인이라면 마음속에는 실력과 경력이 아닌 학벌만으로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당황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학력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아무리 경력이 좋아도 학력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일까요? 사회가 발전을 하여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회가 되어간다고 해도, 이 보이지 않는 관습은 개선이 되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분명히 이런 문제들은 언젠가는 변할 것입니다. 지금도 변화하고 있고, 과거에 비하면 많이 변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저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만큼 빠르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고 생각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현실을 인정해야 하고, 그래서 우리는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학력에 집착하는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에 우리는 더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 대안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한 분야의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다면, 그 사람을 설명하는 표현은 점점 짧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면 어느 학교를 나왔고, 무슨 자격증이 있고, 무슨 경험이 있는지 등은 그다음으로 붙는 부연설명일 뿐입니다.
자신의 경력을 설명할 때에 한 문장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단순한 표현일수록 좋습니다. 고수가 될수록 점점 수식어가 길 필요가 없어집니다.
기업에서의 직무는 매우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그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해서 경력을 쌓고, 지식을 쌓는다면 충분히 몇 년 안에도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가 있습니다.
공부를 해서 다시 대학 4년을 다니기는 힘들겠지만, 4년 동안 특정 분야의 업무를 파고 들어서 고수의 수준이 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서, 좋은 대학을 4년 동안 다니면서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을 감안하면,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으며 한 분야에 전문 경력을 쌓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서 어떤 분야에 충분한 경력이 생긴다면, 이는 학력을 대체하게 됩니다. 경력이 학력을 앞서는 그 시간이 오는 것입니다. 그때까지 자신의 경력을 쌓기 위하여 인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상당히 많은 비율의 직장 초년생들은 경력 초반에 여러 가지 이유로 한 우물을 파는 것에 실패합니다. 애석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2년이 안되어 회사를 옮기고, 직무도 바꿉니다.
이것을 그분들의 잘못이라고 아무도 말할 수 없습니다. 현실에는 너무나 많은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경력 초기부터 한 우물을 판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입사하기를 원하는 대기업을 들어간 신입사원의 상당수가 입사 1~2년 내에 퇴사를 합니다. 기업들이 외부로 공개하기를 하지 않는 통계자료라 일반인들은 알 수가 없지만 인사업무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경력 초기에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는 다양합니다. 통계적으로 단순 계산한다면, 직장생활 처음부터 자신에게 맞는 직무를 선택하는 확률에, 자신이 좋아하는 동료 상사를 만날 확률, 그리고 만족할 만한 조직문화를 만날 확률 등 계속해서 확률을 서로 곱해 나가야 하는 확률게임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처음 몇 년간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그 분야에 일정 수준의 역량과 경력에 도달한다면 그 후로는 성장에 매우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신중하게 잘 선택하여 인내하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경력이 학력을 이길 때까지 참고 견디어야 합니다. 경력이라는 산은 등반을 하면서 일정 높이까지 오르는 것이 너무 힘들지만, 일단 그곳까지 올라가면 그러고 나서 더 높은 곳으로 오르는 길은 그전보다 훨씬 더 수월합니다. 방법은 없습니다. 그곳까지 올라야 합니다.
경력이 아직 미흡하다면, 스토리로 풀어야 합니다. 자신의 역량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경력이 없는 신입사원들이나 초년생들의 경우, 자신이 말할 수 있는 스토리는 학교생활이 거의 전부입니다.
그 내용조차 거의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면이 다 비슷하다면 어느 학교에서 공부를 했는지가 관심사항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반대로 이야기하면 남들에 비해 차별성 있는 나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회사의 시각으로 철저하게 내가 어떤 역량을 준비해 왔는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에 용기를 잃지 않고, 힘들게 지금까지 잘 살았다는 말은 박수를 받을 이야기지만, 죄송하지만 회사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비인간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불편한 진실이라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드리는 것이 제가 이 글을 쓰는 목적입니다.
회사는 감정이 없습니다. 뽑으려는 사람이 얼마나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최우선 관심사항입니다.
회사에 들어와서 얼마나 일을 잘할까,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잘 팀워크를 이룰까,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예측할 수 있는 근거들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물론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온 것에 인간적인 매력과 기본 인격과 자세를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평가자도 그런 분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어서 자신이 가진 직무역량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입사지원자의 평가결과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채용면접은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 않습니다. 하나의 질문에 자신이 답변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몇 분 밖에 안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구구절절이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습니다.
내가 어떤 역량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다. 그리고 입사를 한다면 회사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3단계 논법의 이야기를 계속해야 합니다. 이 글을 통해서 계속 강조하지만, 철저히 기업의 시각과 입장에서 내가 회사에 어떤 도움을 주는 사람인지에 철저히 초점이 맞춰진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합니다.
좋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은 그만큼 학생으로서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이고, 본인의 스토리텔링의 경쟁력 있는 소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그 스토리를 평생을 우려먹는 분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지만, 학교를 갓 졸업한 분들에게는 어찌 되었건 명백히 유리한 조건입니다.
그리고 남들보다 더 경쟁력 있는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려면, 이것보다 더 설득력 있는 스토리 소재를 만들어야 합니다. 남보다 모든 것이 다 비슷한데, 남들보다 월등한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하나가 부족하면 그것을 만회할 수 있는 다른 것이 강해야 합니다. 그 전에는 그렇게 자신의 부족한 면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도 적었고, 만회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면, 그전과는 달리 학력보다 직무역량을 더 중요시 여기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입사지원자의 역량을 기업이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하여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기업들도 오랜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은 경험에서 노하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전에는 전공과는 상관없이 특정 대학을 나온 사람들을 기업이 선호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많은 인사담당자들이 특정 학교 출신들을 얼마나 많이 채용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고, 기업들도 축적된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다고,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 단순한 진리를 기업이 이해하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업에서 일한 적도 없는 동네 어르신도 다 아시는 진리, 즉 ‘공부머리’하고 ‘일머리’ 하고는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기업은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했다는 말을 하려고 합니다. 기업도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직무역량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들여서 우수한 사람들이라고 뽑았는데, 얼마 가지도 않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고, 막상 기대한 것보다 성과가 미치지 못하는 현상들을 한참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뭐가 잘못된 것이라 자각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편견의 벽이 낮아졌다고 하더라도 그 벽은 그 높이까지 뛸 수 있는 사람들만 여전히 넘을 수 있습니다. 학력만 집착하는 이 사회가 변화하기를 기다리기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입니다. 우리가 경력이라는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전에는 직무경력이 없는 경우, 학력 말고는 자신의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 말고도, 직무지식을 배울 수 있는 곳들도 늘어났고, 공인된 자격시험들도 많아져서 오히려 문제가 되는 시대입니다.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지식들이 인터넷 상에서 무료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웬만한 지식은 배울 수 있는 시대입니다. 심지어는 지구 반대편의 대학에서 하고 있는 강의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노력들을 모두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시대입니다.
본인의 의지가 있어도 경제적 형편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었던 시절은 이제 완전히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는 방법은 너무나 다양해졌습니다. 시간과 의지 그리고 인터넷만 있으면 많은 것이 가능해진 세상입니다.
자신이 어떤 것을 배웠고, 어떤 일을 경험하였고, 자신의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 가능한 많은 기록들을 남기는 것에 노력하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아직 경력이 많지 않은 분들에게는 학력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기록들 외에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프로선수들입니다. 프로선수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기록 외엔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좋은 대학의 졸업장은 인생이라는 경기장에 남들보다 먼저 입장할 수 있는 입장권이 될 수는 있지만, 그 경기가 끝나고 받는 우승 메달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공부하는 머리와 일하는 머리는 확연히 다릅니다. 학교에서는 지식이 필요하지만, 일터에서는 지혜가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많이 한다고 지혜가 반드시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습니다. 나이가 먹는다고 모두 지혜로워지는 것이 아니듯이 말입니다.
공부만 잘한 바보들은 회사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학벌이 그 사람의 꼬리표로 따라다니는 관습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동안 오래 동안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기 힘들어 보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간을 경력이라고 부릅니다. 그 기간 동안은 상당한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것을 불합리하다고만 생각하고 손 놓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 그 이상의 발전은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