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직장인과 1만 시간의 법칙

그리고 왜 특정 시기에 퇴사가 급증하는가? //

일반적인 직장인에게 1년에 법정공휴일은 약 68일이며, 연차 15일을 쓴다고 가정하면, 1년에 근무일은 282일입니다. 휴일근무를 전혀 안 한다고 가정하고, 매일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7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을 하면, 1년에 2,256시간을 일을 하며, 1만 시간을 근무하려면 약 4.4년이 걸립니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 화제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 이론에 따른다면, 내가 어떤 일에서 소위 전문가의 수준에 이르려면, 정규 근무시간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약 4.4년을 그 일에 종사를 해야 남들도 인정하는 전문가의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야간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이 자주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이보다 훨씬 이전에 1만 시간에 도달할 것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통상 경력직을 뽑을 때, 회사는 그 업무나 회사에 최소 만 3~4년 이상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오래전부터 선호해 왔습니다. 이런 현상은 1만 시간의 법칙이란 책이 나오기도 훨씬 오래전부터 통용되던 기준이었습니다. 


이 말은 기업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경험으로 이 정도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은 넘는다는 나름대로의 판단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험의 축적은 시간의 양과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집중해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직무를 제대로 수행한 것과, 회사를 그냥 다는 것의 차이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기업에서는 3년 정도 경력이 되면 혼자서 독자적으로 일정 단위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 이른 것이라 간주합니다. 


3, 6, 12, 24의 신기한 현상


잠시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신입사원들이 경력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퇴사를 하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인사업무에 오래 종사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신입사원들의 입사 초기에 일어나는 퇴사 경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결과는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신입사원들 중에 입사 후에 3개월, 6개월, 12개월, 2년쯤 되는 시점에서 퇴사를 하는 사람들이 평상시보다 많이 발생합니다. 꼭 인사담당자가 아니더라도, 다수의 신입사원들과 근무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실제 통계를 낸 것이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왜 유독 2배 수로 증가하는 그 시점에 신입사원의 퇴사가 증가하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습니다. 


보통의 경우 사람들은 어떤 것에 시한을 정하는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하겠다, 언제부터 하겠다 등등 마음속으로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 것 같습니다. 퇴사 시점도 아마 그렇게 정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내가 6개월 또는 1년은 버텨보겠다고 시한을 정해 놓으면, 그때가 넘어서면서 갑자기 그동안에 잘 버티던 인내심이 급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팔 굽혀 펴기를 30개를 하기로 결심을 하고 시작을 했으면, 30개가 넘는 순간 급격히 힘이 빠져서 더 이상 못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직을 하고 너무 실망한 회사에서 어떻게 해서든 2년을 버티어 보자고 결심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2년이 다가오니 정말 심리적으로 스스로 정한 시한에 왠지 마음이 초조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 이직을 다시 했습니다. 


처음 입사를 하고 나서 본인이 생각한 것도 많은 차이가 나는 현실 속의 직장생활에 실망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은 참고 기다려 보자고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일정 기한을 정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석 달은 있어보자, 반년은 버텨봐야지, 못해도 일 년은 버텨봐야지 또는 다른 곳에서도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려면 2년은 있어야 하니 그때까지 있어보자 이런 식일 것입니다. 


그리고 보통 2년이 지나고 나면 신규 입사자의 퇴사율은 급감합니다. 그 일에 익숙해져서 그런 경우도 있을 것이고, 퇴사할 만한 사람들은 이미 퇴사를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선을 만듭니다. 


이런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내리는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충분히 비교해서 검토할 정보가 부족하거나, 또는 자신의 일시적인 혼란을 버티어 내지 못하고 본인이 정한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면서 쉽게 절망하고 회사를 떠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어렵게 입사를 하였지만, 상사들이나 선배들의 일하는 모습, 회사의 조직문화 등에 실망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도저히 이런 분위기에서는 시간이 지난다 해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만 답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본인과는 너무나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하고, 심지어 이 일을 평생 해야만 하는 것이 끔찍하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다 맞는 말입니다. 우리 인생은 행복하자고 사는 것이지, 고행을 견디며 득도를 하려고 사는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 질문을 우리는 해야 합니다. 

이 생각이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이 지나고 나면 상황이 더 좋아질지,
아니면 더 나빠질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지금 예상하는 것들이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요?
우리는 얼마나 확신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노련한 선장은 거친 파도를 보고 놀라지 않지만, 초보 선원은 그날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파도가 얼마 후에는 잠잠해질 수도 있을 것이고, 또는 그 파도를 겁내지 않을 정도로 우리가 노련해지기도 할 것입니다. 놀라서 바다로 너무 일찍 뛰어든 초보 선원은 잠잠해진 바다에 떠서 이미 멀리 가버리는 배를 보면서 손을 흔들지 모릅니다. 


스스로 정한 시한에 스스로 몰려서는 안 됩니다. 


불확실하고 힘든 상황에서는 마음속으로 어떤 시한을 정해서 결정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그 시한이 다가오면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부담에 휩싸입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판단을 성급하게 언제까지 결정을 내리겠다고 미리 시한을 정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정보도 부족하고, 상황도 무르익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조급함에 몰려서 성급한 결정을 할 수가 있습니다. 


내가 언제까지 해보고 회사를 그만둘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마음속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는 더 상황이 좋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미리 마음속으로 정한 그 시한이 되면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일종에 자기 암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스스로 손을 털고 일어서기 전까지는 난 절대 멈추지 않는다고 자기 암시를 줘야 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을 스스로 계속해야 합니다. 인생은 ‘시간 기록경기’가 아니라 ‘거리측정 경기’입니다.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가느냐’가 중요합니다.


굳이 마음속에 특정 시한을 정해서 스스로 그때까지 버텨보자고 위로를 하다가
 정작 그 시한이 되면 갑자기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지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매일 수없이 발생합니다. 유능한 협상가는 상대를 압박하기 위하여 시한을 정하는 것을 합의하도록 압박합니다. 


많은 쇼핑몰에서는 마감시간을 강조해서 소비자들의 심리를 압박합니다. 노련한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업무의 시한을 끊임없이 리마인드 시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런 보이지 않는 선을 스스로 만들어서 스스로를 압박합니다. 


그것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일에 말입니다. 스스로 이건 급한 일이라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자기 암시를 줍니다. 


사실 돌이켜 보면 퇴사를 결심하는 일은 시각을 다투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맘속에 있는 무의식이, 이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우리 스스로에게 시한을 정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겉으로 봐서 좋은 회사도 그 안에서의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특정 개인들의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인격적 모멸감마저 드는 직장이라면,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객관적인 자료들이 보인다면, 그 일터는 떠나는 것이 옳습니다. 


이 문제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일터가 있고, 그 일터에서 일을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베일에 싸인 곳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봐서는 초일류기업으로 보이지만, 조직의 안을 들여다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실리콘벨리의 다국적 기업 중에 하나라고 할 지라도 사실 그곳에서 막상 일을 하기 전까지는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조직의 폐쇄성은 그 회사가 얼마나 유명한가 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영화 같은 일은 어디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어떤 일이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입사하려는 그 직장이 정말 겉에서 봤을 때처럼 좋은 일터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성격 괴팍하고 마음에 상처 주는 말을 난발하는 관리자와 이기적이고 얄미운 선배들은 전 세계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만, 


지금 내가 이 조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전부 이런 사람들인지, 아니면 일부만 이런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이러는 것인지 구분하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저 인간들이 보기 싫어서 그 회사를 그만두고 떠났더니 그 인간들도 얼마 안 있어서 떠나고 좋은 관리자들이 와서 그 후로는 좋은 일터가 된 것을 알게 되는 경우는 무수히 많습니다. 


마치 내가 산 주식이 떨어져서 화가 나서 팔았더니 얼마 안 있어서 폭등을 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는 것과 같습니다. 아니 그 보다 몇십 배는 더 열 받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이상한 사람들’의 ‘조직 생존력’은 의외로 강합니다. 지금 있는 그곳 외에는 갈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그곳에서 버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짓을 하는 자들이라면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언젠가 문제는 불거지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소위 그 악행이 정도라는 것이 정말 문제가 크게 되지 않을 정도만큼만 교묘하게 유지가 된다면 그것은 정말 제일 골치 아픈 경우입니다. 이 문제의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심리적 도미노 현상에 휘말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퇴사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사람들이나, 같은 팀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씩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는 것을 보면 심리적으로 본인도 상당히 영향을 받게 됩니다. 


왠지 다른 회사로 가는 사람들은 더 잘 되어서 가는 것만 같고, 자신은 정체되고 뒤쳐지는 것으로 느껴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퇴사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이 이직하는 회사와 처우 조건에 대해 좋게만 말하게 되어 있습니다. 


누구는 어느 회사로 가면서 연봉이 얼마가 올랐다더라, 누구는 어디로 가면서 승진을 하였다더라 등의 말들을 쉽게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말들은 우리에게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인생은 각자 자기의 판단대로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고, 그래서 얻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퇴사를 하고 나간다고 해도 그것이 내가 퇴사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해서는 안됩니다. 심리적으로 동조 효과가 생기는 것을 냉정하게 차단해야 합니다. 


본인이 스스로 떠나겠다고 판단이 되는 그때가 아직 아니라면, 자신의 감정이 주변 사람들 때문에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퇴사하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 계속해서 현재 조직의 문제를 크게 과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퇴사한 사람들이 전 직장 사람들에 대해 더 관심이 많고, 퇴사를 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전 직장 사람들과 연락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내가 아직 아니라면 아닌 것입니다. 내 인생의 선택에 다른 이가 영향을 미치게 해서는 안됩니다. 


안전고도까지 비행기는 매우 흔들리며 시끄럽게 올라갑니다. 


 다시 맨 처음 언급한 1만 시간의 법칙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이라면 단순 계산으로는 4.4년이 걸린다는 1만 시간은 일정 수준의 전문성과 심리적 안정감에 도달할 수 있는 문턱이라고 생각합니다. 


멈춘 차가 일정 속도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비행기가 일정 높이 이상으로 올라가면 그 후로는 큰 무리 없이 속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가장 힘든 구간을 견디어 내야 합니다. 


본인이 어떤 일을 1만 시간 이상 한다면, 충분히 그 일을 계속할 것인 것 말 것인지, 계속한다면 어떻게 더 잘할 수 있는지 판단이 될 정도의 수준이 될 것입니다. 고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좀 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전문성도 늘어나고 일의 성과가 늘어나는 것에 가속이 무섭게 붙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좀 더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주변의 인정도 받게 되는 선순환이 됩니다. 자신의 전문성과 심리적 안정감이 서로 상호상승효과가 지속되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이륙할 때 그렇게 비행기가 흔들리고 시끄러워도 이윽고 안전고도에 이르면, 기체에는 파란불이 켜지고, 시원한 음료수가 제공되는 것처럼, 우리도 좀 더 안정을 찾으며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창밖에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부록- 신입에 도움 되는 하찮고 얄팍한 50개 정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