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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유튜버가 꿈이에요?

퇴사할 때 스스로 답해야 하는 3가지 질문 //

유명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찾아보면, 유명한 기업을 다니다 그만두고 나온 경험들을 이야기하는 분들의 동영상을 꽤 볼 수 있습니다. 무척 높은 조회수를 보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퇴사를 선택한 것은 모든 사람들의 존중받아야 할 자유이자 권리입니다. 그리고 인생의 진로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고, 각자 내리는 인생의 결정에 정답이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선택에 대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역시 그 사람들의 생각이고 권리이며, 이 역시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말을 이어가자면, 위에서 말한 동영상들에 대한 제 느낌은 이렇습니다.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면 30개를 한꺼번에 끓여 먹는 먹방을 보는 것 같은 감흥이었습니다. 


매우 흥미롭고, 꽤 큰 대리만족감을 주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 였습니다.
말 그대로 남의 일 보는 듯했습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거기까지 였습니다.


 대한민국은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누구나 다니던 직장을 퇴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도 수만 명이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나름대로의 입장이 다 있을 것입니다.


또 이유가 없으면 어떻겠습니까. 각자가 자신의 인생의 선택을 하는 것인데요. 사실 생각해 보니, 동영상 사이트에서 사직서를 던지고 여행을 떠난 사람들처럼 우리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는요?”. 그렇게 하고는 무엇을 하고 계시나요? 


그러고 나서는 무엇을 하고 계시나요?   


동영상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그 영상들은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자신이 들어가기 힘든 직장을 들어갔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그만두고 나올 때의 기분은 어땠는지 등 아주 소상하게 설명합니다. 


그러고 나서 퇴사를 하고 나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이야기를 합니다. 무작정 여행을 떠난 분, 자신이 어떤 일을 할지 알아보고 있는 분, 동영상 사이트에서 활동을 하시는 분, 자영업을 시작한 분들 등 다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중에서 한 분의 영상이 가장 큰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분은 모든 사람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굴지의 대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했다가 몇 개월 후에 퇴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장기간에 걸쳐 여행을 다니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동영상 사이트에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며 살지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여행을 다닌다고 하였습니다. 당분간 아무 생각하지 않고 있으면서 힐링을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똑같겠지만, 어느 날 문득 회사를 때려치우고, 몇 달이고 세계여행을 다니는 상상을 해 봅니다. 사회생활하면서 그런 상상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동영상을 보면서, 그럴 용기가 없는 나 자신이 심지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냥 부러워만 할 일일까?


3개만 여쭈어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동경하는 대기업들의 공채에 어렵게 합격한 사람들도 두 해가 넘기 전에 대략 삼분의 일이 넘은 숫자가 퇴사를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러한 통계는 회사마다 대외비로, 절대로 발표를 하지 않으니 공개된 자료는 없습니다만, 인사업무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오래전부터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입사 초기에 퇴사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직장생활이라는 현실이 자기가 입사 전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퇴사의 사유로 듣는 이야기들은 이런 것들입니다.


 ‘매일 의미 없이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 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내가 정체되어 가고 있어서 이대로 몇 년이 지난다면 다른 시도 조차 하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진짜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대부분 이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저는 퇴사를 하려는 분들과 심도 있는 면담을 한 경험이 지난 27년 동안입니다. 한 달에 딱 3명씩만 가정해도 지금까지 972명입니다. 통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모집단의 크기라고 생각합니다. 인사담당은 퇴직을 원하는 직원들과 면담을 하면서 왜 퇴사하려고 하는지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합니다. 


세상 어느 회사의 인사담당자들도 똑같은 입장일 것입니다. 저도 인사담당으로 퇴사를 하려는 분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세 개가 있습니다. 물론 퇴사를 말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직원의 경우에 한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경우는 붙잡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 질문의 전제조건으로는 회사가 붙잡고 싶은 사람이면서 그리고 입사한 지 3년 미만의 주니어 사원들의 경우로 국한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경력이 오래된 직원들은 이직의 사유가 좀 더 명확하고 현실적인 이유들이 작용하기 때문이고, 이직에 대해서는 다른 장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고자 합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더 좋고 덜 좋고’의 문제일 것입니다. 


첫째 질문은 “퇴사 이후에 구체적인 계획을 여쭈어 봐도 될까요?”입니다. 이 질문을 한 후에 상대방의 답변을 듣고 나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아 이 분은 계획이 이미 다 있구나’ 또는 ‘아이고야 이 친구 걱정이 되네 어떻게 하냐’ 등의 생각이 바로 듭니다. 꼰대 같은 소리라는 것을 잘 압니다. 


이미 성인인 사람들이고, 각자 자기 인생을 사는 건데, 내가 내 인생도 잘 모르겠는데, 왜 이 분 앞날까지 걱정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왜 남의 집 부모님 걱정까지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자식도 돌보기 힘든데요. 하지만, 기계가 아닌 이상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일단 우려가 되는 답변들의 유형은 대표적으로 이렇습니다. “당분간 쉬면서 생각해 볼까 해요”, “일단 여행을 다니면서 머리를 식히려고 합니다”, “당분간 아는 분이 일을 도와 달라고 해서요. 일단 거기에 있으려고요” 등입니다. 


그 답변들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인생의 선택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더 좋아하거나 더 싫어하는 선호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답변들을 하는 분들에게는 인사담당자로서 보통의 경우, 당장 사직서를 내는 것보다는 휴가를 가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고를 합니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본인이 신뢰할 수 있는 분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라고 권유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다고 해도 퇴사하겠다는 의지가 바뀌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입사할 때에 고민보다 퇴사할 때의 고민이 더 중요한데, 필자의 관찰로는 퇴사할 때에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은 입사할 때의 그것들보다 훨씬 짧습니다. 


어떤 때에는 단호한 결단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마치 그렇게 어렵게 만나서 오래 사귄 연인들이 갑자기 대수롭지도 않은 이유로 헤어지는 것을 보는 것 같습니다. 


죄송한 말씀을 드리자면, 위의 유형을 보이는 분들은 다른 직장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같은 이유로 퇴사를 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패턴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결단과 확신에 찬 눈빛에 존경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퇴직 후에 하시려는 일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입니다. 물론 퇴사하려는 분이 이런 질문에 구체적으로 일일이 다 답변을 하는 경우는 많지가 않습니다. 


서로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경우에나 가능한 질문입니다. 별로 평상시 보지 않은 인사부서 사람, 그것도 상대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꼰대가 인사부서장이라고 이런 질문을 하면 거부감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 후 자신의 진로에 대해 확신이 있는 분들은 답변이 다릅니다. 구체적입니다. 이미 자신의 결정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자기 검증을 마쳤다는 증거입니다.


자신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의 모습은 늘 당당합니다. 결과를 떠나서 당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느낌으로 벌써 붙잡기 힘든 분이다 느껴집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입사한 지 2년이 된 직원이었는데, 꽤 좋은 주변의 평판을 받으며 모든 면에서 참 훌륭한 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부서장 면담을 거쳐서 인사부서에 퇴직 서류를 가지고 왔습니다. 저는 처음 그 소속 부서장님이 이렇게 쉽게 그분의 사직서에 서명을 해서 인사부서로 사직서를 들려 보냈을 것이라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꽤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 난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면담을 시작하고 나서 바로 느꼈습니다. 더 이상 잡을 수 없는 분이라는 것을 몇 초 만에 알았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축복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분의 답변은 첫마디부터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본인은 입사 후에 본인이 진짜 원하는 직업이 셰프가 되는 것임을 알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하여 퇴근 후에 지난 2년간 요리학원을 다니며 관련된 자격증을 모두 취득하고, 그리고 많은 조언과 고민을 거듭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더 높은 목표를 세워 도전하기 위해서 해외의 요리학교에 입학허가를 받게 되어서 퇴사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감히 이 열정 앞에서 무슨 말을 보탤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퇴직을 말려야 했던 인사담당이 오히려 잘 되었다고 퇴사를 하는 직원분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거듭하며 헤어져야 했습니다. 


지금도 그 행복해하는 그분의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저렇게 자신의 진로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산속에서 오랜 수련을 마치고 스스로 검증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는 무사의 눈빛과도 같다고 할까요? 


안타깝게 그 후에 세월이 흘러서 그 분과는 연락이 끊어졌지만 언젠가 인연이 되어 다시 만나서 그분이 요리한 음식을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 제 이름을 기억하실 수 있으니 이 글을 읽으신다면 꼭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사다리를 오를 때는 한 번에 한 다리씩 딛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퇴사를 하고 나서 하고 싶으신 그 일을 회사를 다니면서 차근차근 준비하시는 것은 어떠실까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하고 나서 무엇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사다리를 오르면서 한 다리를 걸치고 나서 또 다른 한 다리를 내딛는 동작이 아닙니다. 사다리에서 두 다리를 동시에 내딛고 뛰어올라가는 행동입니다. 한 다리는 사다리에 붙어 있어야 떨어지지 않습니다. 절벽 등반을 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철칙이 무엇이겠는가? 두 팔과 두 다리 중 적어도 하나는 절벽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진로를 선택하고 싶어 하는 분에게는 항상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서 배우면서, 그 일이 자신과 맞는지 차근차근 알아보는 것은 어떠실까요?” 이럴 때에 일반적인 답변은 이렇습니다. “지금 일에 집중도 어렵고요, 새로운 일에 빨리 전념하고 싶어요”. 거의 대부분 이렇게 답변합니다. 


어떻게 보면 일단 마음을 정한 이후에는 지금 일에 애정도 식고, 벗어나고 싶은 생각만 들게 마련입니다. 위험을 분산시키고, 대비해야 한다는 이성적 생각보다는, 한번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빨리 시작하자는 마음이 더욱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이 것이 모두 잘못된 생각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진로선택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리스크는 반드시 최대한 분산해야 합니다. 특히, 나이가 있는 경우는 다시 돌아오기 힘든 경력의 길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이러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합니다. 새로운 일을 빨리 하고 싶은 열정보다는 지금 하는 일이 당장 싫기 때문이 아닌지 자신에게 냉정하게 물어봐야 합니다.  


언젠가 누구에게 반드시 설명해야 합니다. 


위에서 말한 질문들에 대해 사실 친절하게 답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그만두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굳이 인사담당의 질문에 일일이 친절하게 답변할 의무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상당수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이 자신의 프라이버시에 속한다고 생각해서 굳이 언급하기 싫어합니다.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퇴직을 만류해야 하는 인사담당의 입장이 어렵기만 합니다. 이미 마음을 굳히고 찾아와 사직서를 내겠다고 하는 사람을 붙잡고 앉아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설득을 해야 하니까요. 


솔직히 말해 제 맘속으로는 ‘나도 힘들다’ 이런 말을 수백 번도 더 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충동적인 퇴사를 막을 수 있다면 당연히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설득을 해야 하는 것이 인사담당으로서 당연한 미션입니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나간 직원들이 그 후로 어떻게 지내는지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듣게 되는데, 더 발전하는 것 같은 분들에게는 맘속으로 축하를 보내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내가 그때 좀 더 설득할 걸 그랬나 보다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우리가 퇴사를 하고 나서, 어떤 형태로든지 일을 해야 합니다. 내가 꼭 누군가의 피고용인이 될 필요가 없다는 분에게는 이 글은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사실 직장생활에 더 이상 관심이 없는 분이 이 책을 볼 이유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각자 어떤 이유이든지 퇴사를 하고 나서 다시 어느 곳이든지 가서 내가 왜 그때 퇴사를 했는지 설명을 해야 할 상황이 올 것입니다. 면접을 볼 것이고, 그때 반드시 이런 질문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때 퇴사를 하고 그 기간 동안 무엇을 하셨나요?” 만약 그때도 이렇게 답변을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 기간 동안 쉬면서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어요”, “일단 여행을 다니면서 머리를 식히려고 했어요”, “한동안 아는 분이 일을 도와 달라고 그냥 거기에 있었어요”. “무엇을 할지 고민하면서 그냥 쉬면서 준비하였습니다.” 


그럼 상대방은 이렇게 다시 물어볼 것이다. “아. 네. 그건 알겠고요. 그래서 무엇을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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