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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사, 그 양면의 의미에 대하여

퇴사라는 말처럼 양면의미를 가진 단어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누구에게 퇴사는 지금의 불만스러운 직장생활을 벗어나고 싶어서 마음속으로 꿈꾸던 순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과 가족의 생존에 위협을 느끼게 하는 두려운 단어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적인 의미로, 누군가에는 절망적인 의미로도 동시에 존재하는 단어입니다.


심리적인 양면성이 존재합니다. 만족스럽지 못하던 직장을 퇴사하는 것은 마치 그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대상에 대한 일종의 보복과 같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힘든 상황을 내가 원할 때 끝내버리고, 그동안 꿈꾸었던 일들을 시작할 수 있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새로운 기회로의 도전 같은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만족하지 못했던 직장을 다니던 사람에게는 퇴사란 그동안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의지대로 바꾸는 것을 경험하는 통쾌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반면에 아무리 본인이 기다리고 원하던 퇴사라고 할지라도 매일 다니던 길이 바뀌고, 만나서 일하던 사람들이 바뀌고, 익숙했던 공간이 바뀌는 일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 퇴사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다시 적응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애써 태연한 척을 해도 퇴사는 누구에게나 심리적으로 매우 큰 부담이 되는 이벤트입니다.

 

시간적인 양면성도 존재합니다. 다시 재취업이 언제든 가하다고 확신하는 나이에서는 퇴사는 좀 더 나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듯한 의미일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일터를 찾아 떠나는 것이 성장의 의미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거쳐가는 하나의 관문, 하나의 징검다리 같은 의미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직을 부러워하고 이에 자극이 되어 경쟁하듯이 자신도 이직에 도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퇴사가 곧 실업이 되고, 실업이 사회적 약자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나이나 상황이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누구라도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 없을 나이는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퇴사를 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누리던 직책, 타이틀 그리고 주변에서의 '존중 받음'이 사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참으로 절망스러운 상실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퇴사라는 이 두 얼굴을 가진 주제를 다룰 때 좀 더 조심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조차도 인생의 어느 시점과 상황이냐에 따라서도 퇴사의 의미가 너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퇴사가 나에게 어느 시점에서는 도전이 될 수 있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어려운 상황이 시작을 의미합니다. 그때는 희망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절망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힘든 마음으로 선택한 퇴사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퇴사는 이렇듯 매우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선택입니다.


내가 지금 내린 선택이 옳은 것인지는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한참을 지나고 돌이켜 보았을 때 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적어도 너무 확신에 차서 자신이 선택한 퇴사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너무 미화하거나, 자랑스러운 이벤트로 만드것에 좀 더 신중해야 합니다. 주변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직을 보면서 나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에 빠질 이유도 없습니다.  


또한 반대로 퇴사와 이직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큰 회사에서 그렇지 않은 회사로, 높은 직급에서 그렇지 않은 직급으로, 높은 월급에서 그렇지 않은 월급으로, 정규직에서 그렇지 않은 신분으로 변하는 것에 대해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퇴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너무 우리가 다니는 회사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동일시하는 착각에 빠져서 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나오는 그 순간 우리는 회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 우리는 이 착각을 버리지 못합니다.


퇴사라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든지 너무 자신이 생각하는 의미의 정도가 강해 버리면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자신의 감정의 큰 낙차를 경험하게 될 테니 말이죠. 사람에게는 너무 반가운 일도, 너무 새로운 일도 자신에게는 모두 자신에게 부담이 되는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한, 무덤덤하게, 냉정하게, 시큰둥하게 이 퇴사라는 이벤트를 맞이 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니 퇴사, 그것이 옳았던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틀렸던 판단이었는지 그 평가를 잠시 미루어 보시는 것이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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