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서 만나는 암울한 상황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멍청한 사수를 만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멍청한 자의 사수가 되는 것입니다.
굳이 둘 중에 더 안 좋은 쪽을 골라보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멍청한 사수를 만나는 쪽입니다. 멍청한 자의 사수가 되면 내가 힘들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일이 돌아가게 만들 수는 있거든요.
하지만 멍청한 사수는 나에게 쓸데없는 일을 시키는 바람에, 결국 더 높은 관리자에게 똑같이 야단을 맞고 평가절하가 되는 경우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새내기가 직장에서 처음 일을 배울 때,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가면서,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 자체도 힘이 듭니다. 그런데 사수가 제대로 일을 알려주고 있지 않다면 정말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사수가 나에게 제대로 일을 알려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직장 새내기들을 위한 몇 가지 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사수가 멍청할 경우, 그가 알려준 자료와 방식으로 기껏 열심히 일을 해 놓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틀린 자료를 가지고 열심히 밤새 엉뚱한 일을 하게 된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사수가 미덥지 않을 경우, 그가 주는 자료의 신빙성과 일하는 방식이 적합한지 의구심을 가지고 검증해봐야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해 의심하는 눈치를 보이면 곧바로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생각을 하여, 반감을 가지기 쉽습니다. 그럴 때는 상대가 경계하지 않도록 돌려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봅니다.
"선배님, 다음에 제가 혼자서 할 수 있도록 이 자료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선배님이 항상 바쁘셔서 다음부터는 말씀하시기 전에 제가 먼저 준비해 보려고요"라는 식으로 돌려서 물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질문의 대답들로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그 사람은 어떤 방식과 절차로 가지게 된 것이고, 그것이 신뢰할 수 있는 가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어떤 업무가 있다는 것은 그 일을 해야만 하는 필요성,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분석업무라고 한다면 왜 그 일이 필요하게 된 것인지 그 부서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만 아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어떤 문제가 생겨서 높은 상급자가 특별히 지시를 해서 정기적으로 관리하게 된 업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는 경영진에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표가 있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하여 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을 단편적으로만 하는 사람들은 그 일을 왜 해야 한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 즉 Why에 대해서는 알려주는 것을 귀찮해 하고, 그냥 자신이 시키는 방식대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즉 how만을 가르쳐 주려고 합니다.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을 알고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결과와 과정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일을 제일 마지막에 보고 받는, 정보의 소비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 수 있다면 더욱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일을 왜 해야 하는 건데요?"라고 묻는 다면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 해석이 되어, 일에 대한 반항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상당히 조심해야 합니다. 적당한 분위기에, 적당한 타이밍에 그 일을 왜 하게 된 것인지 알아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선배님, 이 일을 처음 맡아서 하셨을 때 참 힘드셨겠어요. 이걸 지금까지 혼자서 하셨다는 말인가요? 대단하시네요" 이런 식으로 칭찬을 하여 상대의 경계심을 낮추고 나서 하나식 의문점을 풀어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 일이 처음 생겼을 때 누가 처음 하라고 하신 건가요?", "이 업무를 최종적으로 누가 보고 받으시는 거죠?" 등 하나씩 그다음 단계의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뭔가 사수가 엉뚱한 방향으로 업무를 자꾸 시킨다든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계속 시키는 바람에 정말 중요하게 생각되는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럴 경우 정면으로 그 사람과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선을 확대하지 않고, 화력을 한곳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 선배와 마찰을 일으키니라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보면 득 보다 실이 더 많게 됩니다. 본인이 주변의 인정을 받아 신뢰를 쌓을 때 까지는 억울하고 힘들겠지만 그 멍청한 선배와 전선을 확대해서는 안됩니다.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굴러 가게 하려면 멍청한 사수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도록 유도해야 하니다. 예를 들어 봅니다.
"선배님, 물론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렇게 보고를 한다면 부장님이 안 좋아하실 거 같은데요", "선배님은 이미 간파하고 계시겠지만, 부장님이 이 업무를 지시하실 때의 의도는 이런 것이 아닐까요?" 이 질문은 더 높은 상급자의 권위를 살짝 빌려오는 전략입니다. 멍청한 사수가 자존심을 내세워서 고집을 피우기에는 부장님의 권위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멍청한 사수가 나중에 다른 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중요한 내용은 메일 본문에 넣어서 자연스럽게 남겨 놓을 필요도 있습니다. 이 역시 뭔가 중거를 남기려고 하는 것이라는 것이 부각되지 않도록, 업무 중간보고라든지, 결과물 공유라든지 하면서 그가 남긴 말들을 본문에 넣어서 메일로 보내 놓는 것입니다. 나중에 억울한 일이 발생했을 때 슬쩍 그 메일을 사용할 일이 생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