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인들에게 즐겨 하는 비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이민을 가기 전에 미리 그 곳에 가서 살아 볼 수 도 있습니다. 결혼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 오랫동안 교제도 하고, 여행도 하고, 같이 지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은 미리 가서 일해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인턴이나 단기 비정규직으로 일해 볼 수는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잠시만요. 제가 몇 일 일해보고 결정 할게요” 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 그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는 어떤 곳인지 직접 경험해 보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 회사와 부서 그리고 만나게 될 상사에 대해 나름대로 우리는 여러가지 노력으로 사전에 노력을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보통 채용공고나 지인의 소개, 또는 헤드헌터의 전화 한 통으로 이직에 대한 첫 걸음은 시작됩니다. 이력서를 보내고, 인터뷰를 보고, 연봉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입사일을 정하고, 입사제안서를 받고,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이리 저리 다니면서서 면담도 하고 이러다 보면 어느덧 한 달 정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립니다. 심지어는 이직 하려고 했던 회사와 진행이 잘 안되었다면, 우리는 다른 회사에 지원하기 위하여 이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진행이 안되는 경우, 시간이 갈 수록 마음이 조급해 지기 시작합니다. 빨리 이직을 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우리의 가슴을 서서히 누르기 시작합니다. 이때가 가장 위험한 시간일 수 있습니다.
인터넷 댓글과 익명게시판에 자신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는 우리들
그 회사나 평판 같은 것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익명게시판도 존재하지만, 사실 이곳의 의견들은 얼마나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지 잘 모르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만약 천국에도 무기명 게시판이 있다면, 결코 그 내용이 전부다 아름답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의견들은 결코 모두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곳의 구성원의 의견을 정확히 대변할 수 없습니다.
바쁜 일상을 사는 다수의 사람은 익명게시판에 자기 회사와 부서에 대해 이러고 저러고 자세한 글을 자세히 올릴 정도로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이 바쁘고 힘들게 하루 일과를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감정적인 이유로, 개인의 생각을 너무 일반화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가장 다행인 경우는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부터 내가 이직하려는 회사에 대해 직접 전해 듣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지금 그 곳에서 현재 일하는 사람에게서 전해 듣는 것도 가장 바람직 한 일이지만, 그 사람이 정말 객관적이고 정확한 이야기를 하는지는 또 다른 변수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내가 일을 하게 될 그 부서에는 어떤 사람들이 일을 하는지, 부서장은 어떤 숨겨진 얼굴이 있는지, 회사의 내부사정은 어떤지, 전임자는 왜 그만 두었는지 등등 매우 중요한 사항에 대해 우리는 정확한 답을 얻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불안전한 정보들에 의존하여 자신의 미래를 걸고 이직이라는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오랜 기간동안의 제 관찰 결과에 의하면, 가서 일해 보기 전까지는 우리는 입사하려는 그 회사에 대해 우리는 "모른다" 입니다. 즉, 거의 뽑기게임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매우 단순하고 거친 표현이지만 그렇습니다. 그냥 뽑기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누구도 말하지 않은 불편한 진실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는 지인으로 부터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로 와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는 경우를 경험합니다. 그 제안을 한 사람이 우리의 상사가 될 사람이라면 우리는 매우 신중히 판단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확률적으로 가장 큰 잠재적 리스크를 가진 경우입니다.
너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표현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따라 자신의 태도를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이해관계가 될 수 있는 것이 직장에서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회사나 조직 밑에서 일할 사람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는 잘 말하지 않습니다.
필자도 과거에 수년간 알고 지내던 친한 분의 권유를 받고, 그 분 밑에서 일하고자 이직을 하였지만, 입사 후 겪었던 일들은 거의 사기에 가까워서 한동안 고생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평생 인사업무를 하고 나름 사람과 조직을 보는 눈이 있다고 시건방을 떨던 제가 반성과 겸손을 배우게 된 계기였습니다. 물론 그래서 였는지는 몰라도 그 다음 이직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이직과 관련된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가려고 노력했던 그 자리는 아마도 누군가 그토록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던 자리일 수 있다".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이직을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선뜻 내키지 않더라도 최대한 나에게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망설이거나 귀찮아 해서는 안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보다 수십배 더 큰 수고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